TSMC가 독일 드레스덴에 유럽 첫 번째 공장 착공에 나서는 등 생산 기지 다변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독일 드레스덴은 보쉬와 인피니언, NXP 등 TSMC 고객사와 인접한 지역으로, TSMC는 해당 공장에 월 4만장 수준의 생산 능력을 갖출 방침이다. TSMC의 이같은 공격적인 생산 능력 확충에 삼성전자 등 경쟁사와의 격차가 더욱 벌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0일(현지 시각) 대만 언론 등에 따르면 TSMC는 이날 독일 드레스덴 공장 기공식을 진행한다. TSMC는 이 공장에 28/22㎚(나노미터·10억분의 1m) 상보형금속산화 반도체(CMOS) 기술과 16/12㎚ 핀펫(FinFET) 공정을 도입할 예정이다. TSMC는 2027년 말부터 드레스덴 공장 운영을 본격화할 방침이다.
TSMC는 유럽에서 증가하고 있는 반도체 생산 수요를 맞추기 위해 독일에 생산 기지를 건설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드레스덴 공장은 TSMC가 공장 지분의 70%를 갖고 TSMC의 주요 고객사인 보쉬와 인피니언, 네덜란드 반도체 기업 NXP가 나머지 지분 30%에 투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 정부는 50억유로(약 7조원)의 지원금을 지급할 계획이다.
TSMC의 주요 협력사들도 지난해부터 독일 드레스덴 인근에 사무실을 개소하는 등 착공 준비에 나서고 있다. 대만 반도체 장비업체인 MIC는 지난해 사무실을 설립하고 인력을 파견했고, 반도체 소재·장비 기업인 대만 TSC도 두 시간 거리에 위치한 체코 프라하에 사무실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TSMC는 현재 생산 역량을 강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지난 2020년부터 약 20개의 공장을 건설하고, 3㎚ 공정 생산 능력을 3배 확장했음에도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TSMC는 수요가 폭증하고 있는 엔비디아와 AMD 등의 인공지능(AI) 가속기를 독점 생산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애플의 A18 프로세서와 퀄컴의 스냅드래곤8 4세대, 미디어텍 디멘시티 9400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주문도 몰리고 있다. TSMC는 지난 5월 열린 기술 심포지엄에서 2030년 세계 반도체 생산액이 1조달러(약 1369조원)에 달하며 이 가운데 파운드리 생산액이 2500억달러(약 342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TSMC는 생산 기지 다변화를 통한 생산 역량 강화로 글로벌 1위 지위를 공고히 할 방침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TSMC 1분기 점유율은 61.7%으로 2위 삼성전자(11%)와 50%포인트 이상의 점유율 격차를 보이고 있다. TSMC는 지난 2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40% 증가한 6735억1000만대만달러(약 28조5000억원)를 기록했다.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올해 전체 매출 증가율도 기존 예상치 26~29%를 상회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TSMC의 독일 드레스덴 공장은 유럽 고객사 물량 확보를 위한 전진 기지가 될 가능성이 높다”며 “고객사와 지리적으로 가까워지면, 고객사의 요청에 빠르게 대응해야 하는 파운드리 비즈니스를 진행하기도 훨씬 수월하다. 미국과 일본뿐만 아니라 유럽에도 공장을 건설하고 있는 TSMC의 공격적인 투자로 삼성전자 등 경쟁사와의 격차가 더욱 벌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TSMC는 대만과 유럽 외 해외 생산 기지 건설도 지속하고 있다. 올해 말 양산 개시를 목표로 일본 구마모토 공장도 빠르게 건설 중인 가운데, 인근에 제2공장 건설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월간 총생산 능력은 10만 장의 12인치 웨이퍼를 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공장은 40㎚, 22/28㎚, 12/16㎚, 6/7㎚ 등 레거시 공정부터 첨당 공정까지 고객사에 제공할 예정이다. 미국 애리조나에도 미국 정부로부터 66억달러(약 8조9000억원) 규모의 보조금을 지원받아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