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 기업들이 미국 경기 침체에 대비하기 위해 인력을 감축하거나 보유 지분을 팔아 현금 확보에 나서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네트워크 장비업체 시스코가 지난 14일(현지시각) 글로벌 인력의 7%를 감축한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7월 말 기준 시스코 전체 직원 수가 약 8만5000명인 것을 감안하면 약 5000~6000명을 내보낼 것으로 예상된다. 3분기 연속 매출 감소 등 실적 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시스코는 신성장 분야 투자를 위해 올해 들어서만 두 번째 인력 감축에 나서고 있다. 시스코는 올 2월에도 4000명의 인원 감축을 발표한 바 있다.
WSJ는 “빅테크 회사들이 줄어든 인력을 활용해 효율성을 높이는 데에 집중하고 있다”면서 “일부 거대 기술 기업이 일자리를 늘렸음에도 불구하고 더 많은 기업들이 감원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미국 노동부는 올 7월 실업률이 지난 6월(4.1%)보다 0.2%포인트 늘어난 4.3%에 이르렀다고 지난 14일 발표했다. 2021년 10월 이후 2년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 같은 고용지표는 미국 경기가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빠른 속도로 식어가고 있다는 징후로 해석된다.
인텔 역시 실적 둔화에 따른 100억달러 규모의 비용 절감을 위한 구조조정 계획을 지난 1일 발표했다. 감원 규모는 전체 직원의 약 15%다. 인텔은 앞서 지난 2분기 중 보유 중인 영국 반도체 설계회사 Arm 주식 118만주를 매각하기도 했다. 이 기간 동안 Arm 주식의 평균 가격이 124.34달러인 점을 감안하면, 매각으로 약 1억4700만달러(약 2000억 원)의 현금을 확보한 것으로 추산된다.
마이크로소프트(MS)도 지난 6월 다수 사업부에서 최대 1500여개 일자리를 줄였다. 감원 대상은 통신사와 네트워크 운영자를 대상으로 하는 애저 포 오퍼레이터(Azure for Operators) 팀, 클라우드 프로젝트와 관련 기술 솔루션을 지원하는 미션 엔지니어링(Mission Engineering) 팀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통신은 “(MS가) 조직과 인력 구조조정을 사업 관리에 꼭 필요한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면서 “미래를 위해 전략적 성장 영역에 우선순위를 두고 선택적 투자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한편, 아이폰16 출시를 앞둔 애플은 아이폰 조립 라인의 직원 수를 절반으로 줄이는 등 자동화를 추진 중이다. 아이폰15 최종 조립 단계에서 자동화를 추진해 제조 파트 직원 수가 2022년 160만명에서 작년엔 140만명으로 감소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