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청주 SK하이닉스 M15 공장 전경./SK하이닉스

인공지능(AI) 서버 증설을 위한 주문 증가로 기업용 SSD(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 가격이 80% 이상 뛰어오르면서 SK하이닉스와 자회사인 솔리다임이 선제적으로 낸드플래시 생산량을 끌어올리고 있다. AI 광풍이 고대역폭메모리(HBM)에서 기업용 SSD로 번지고 있는 것이다.

AI 서버에 저장하는 데이터가 폭증하자 IT 기업들은 고용량 SSD 구매를 서두르고 있다. 일부 기업들은 SSD 평균판매가격에 프리미엄까지 얹어 물량 구매에 사활을 걸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SK하이닉스와 솔리다임은 기업용 SSD에 특화한 쿼드레벨셀(QLC) 기반 대용량 SSD에 초점을 맞춰 생산량 확대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청주 M15 생산라인을 중심으로 웨이퍼(반도체 원판) 투입량을 점진적으로 늘려나가고 있으며, 내년 초에는 올해보다 월평균 웨이퍼 생산량을 약 10%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솔리다임 역시 강력한 SSD 수요를 바탕으로 지난 2분기 흑자전환에 성공했으며 내년 초부터는 5% 안팎의 생산량 확대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SD는 기존 하드디스크(HDD)의 한계를 극복한 데이터 저장장치(스토리지)다. SSD는 낸드플래시를 이용해 데이터를 저장하는데, 빠른 속도로 데이터 읽기·쓰기가 가능하다. AI 서버에 저장하는 데이터가 급격히 늘자 고용량 SSD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SSD가 AI 모델 학습에서 파라미터(학습 값)를 저장하는 것 외에 진행 상황을 주기적으로 저장하는 체크포인트를 생성해 중단 시 특정 지점부터 복구할 수 있도록 한다”며 “향후 몇 년 동안 AI 서버는 SSD 수요에서 연평균 60% 이상의 성장률을 주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버 업계에서는 QLC 기반 대용량 SSD가 각광받고 있다. QLC는 데이터 저장 단위인 셀(Cell) 한 개에 TLC(3개)보다 1개 많은 4개의 비트를 저장할 수 있는 기술이다. 단위 면적당 더 많은 정보를 기억하고 소비전력을 줄여 빠른 데이터 읽기·쓰기 속도를 자랑한다. 초고용량 기업용 SSD를 만드는데 유리하다.

현재 업계에서 QLC 기반 대용량 SSD를 생산하는 곳은 솔리다임과 삼성전자뿐이다. 특히 QLC 60테라바이트(TB) 기업용 SSD는 솔리다임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솔리다임의 QLC 기반 SSD는 초고용량 서버 SSD에 특화해 컨트롤러 호환성 측면 등에서 경쟁사보다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며 “2분기를 기점으로 수요가 공급을 크게 상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는 60TB 이상 QLC 제품에 이어 내년 초 128TB로 용량을 확대한 신제품을 양산, 시장 리더십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김석 SK하이닉스 낸드마케팅 담당은 올 2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지난해 낸드플래시 투자를 최소화했고, 감산으로 줄어든 생산량을 올해 점차 늘리고 있다. 수요가 늘어나는 일부 응용 제품을 중심으로 확대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기업용 SSD 제품 매출 비중은 전체 낸드 매출의 절반 가까이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앞으로 성장성이 높은 기업용 SSD 시장에서 ‘톱2 플레이어’로 위상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한편 SSD 가격 상승과 함께 SK하이닉스의 실적도 힘을 얻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올 2분기 기업용 SSD 매출이 전분기 대비 50%가량 증가했고, 연간으로는 지난해 대비 약 4배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