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서울 서초구에서 열린 삼성전기 주주총회에서 장덕현 삼성전자 사장이 발언하고 있다./삼성전기 제공

삼성전기(009150)가 기판 사업을 담당하는 패키지솔루션 사업부 수익성 제고 방안을 두고 고심하고 있다. 수조원대 시설 투자를 단행한 고부가 반도체 기판 플립 칩(FC)-볼 그리드 어레이(BGA) 사업에서 글로벌 인공지능(AI) 반도체 기업에 본격 납품을 시작하는 등 성과를 보이고 있지만, 전반적인 기판 업황 부진으로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대폭 줄었다.

16일 삼성전기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올 상반기 패키지솔루션 사업부 영업이익은 62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019억원)과 비교할 때 39%가량 감소했다.

삼성전기 패키지솔루션 사업부는 지난해에도 반도체 업황 침체에 영업이익이 62% 급감한 데 이어, 올 상반기도 실적 개선에 난항을 겪었다. PC 등 IT 기기 수요가 아직 살아나지 있지 않은 가운데, 대대적인 시설투자를 단행한 고부가 기판 FC-BGA 수요가 눈에 띄게 확대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삼성전기는 올 2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PC, 서버 등 주요 세트(완제품) 거래선 부품 재고 조정 영향과 계절적 수요 약세로 공급 과잉이 지속되고 있으며 공급 경쟁 심화로 상반기 실적이 부진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기는 지난 2021년 FC-BGA 생산능력 확대를 위해 약 2조원에 달하는 시설투자를 진행했다. FC-BGA는 칩보다 기판의 크기가 커 고성능을 필요로 하는 AI와 PC, 서버, 클라우드, 전기차 등에 활용도 높아 차세대 반도체 기판이란 평가를 받는다. 다른 반도체 패키지 기판보다 층을 높게 쌓아 회로를 많이 확보할 수 있어 성능 개선에 기여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후지카메라종합연구소에 따르면 AI 반도체 관련 수요 확대로 글로벌 FC-BGA 시장 규모는 지난 2022년 80억달러(약 11조1200억원)에서 2030년 164억달러(약 22조7960억원)로 2배 넘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기는 AMD에 데이터센터용 FC-BGA 공급을 개시하는 등 AI 관련 수주 물량을 늘려 수익성 제고에 나설 계획이지만, 업계 후발주자인 만큼 공급량이 경쟁사 대비 많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FC-BGA 시장은 대만 유니마이크론과 일본 이비덴과 신코 등이 시장 점유율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업계 선두주자인 이비덴 패키지기판사업부(Electronics)의 올 2분기 영업이익은 53억엔(약 48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할 때 20%가량 늘었다. 이비덴은 기판 업황 부진에도 “AI 서버 관련 고부가 기판 수요가 견조하다”고 설명했다.

기판업계 관계자는 “삼성전기의 AI 관련 FC-BGA 기술력은 이비덴 등 선두 기업들과 비교할 때 2~3년 뒤처져 있다”며 “AI 반도체 수요 확대로 FC-BGA 수요도 늘고 있고 있지만, 이제 막 진입을 시작한 만큼 당장 삼성전기 패키지솔루션 사업부 실적을 견인할 수준은 아니다. 고객사 다변화를 위해 기술력을 입증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베트남 FC-BGA 공장 가동에 따른 고정비 부담도 수익성 악화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기는 최근 1조원가량을 투입한 베트남법인 공장 가동을 개시했다. 이민희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패키지솔루션 사업부의 경우 신공장 가동에 따른 고정비 부담이 있어 수익성 측면에서 다소 회복이 늦어지고 있다”고 했다.

수익성 제고를 위해 AI 시장 개화로 수요가 늘고 있는 FC-BGA 공급 물량 확대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양승수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PC 관련 물량 부진과 신공장 가동으로 인한 고정비 증가 영향으로 (패키지솔루션 사업부가) 기대 대비 부진한 수익성을 시현했다”며 “AI 서버 물량이 확대되고 있는 FC-BGA 시장을 기회로 활용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