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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소프트(MS)발(發) IT 대란 이후 하이브리드·멀티 클라우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멀티 클라우드란 여러 업체의 클라우드를 병렬로 동시에 쓰는 것을 의미한다. 하이브리드 클라우드는 데이터 중요도에 따라 자체 서버 및 외부 클라우드를 선택적으로 저장하는 방식을 말한다.

기업들이 이 같은 전략을 선호하게 된 것은 특정 서비스에 문제가 생기더라도 시스템 전체가 먹통이 되는 일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여러 클라우드 서비스를 조건에 따라 서로 다른 계약을 맺고 사용할 수 있어 맞춤형 서비스가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다.

◇ MS 데이터센터서 오라클 DB 서비스 접근

15일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클라우드 시장에서 아마존웹서비스(AWS)는 39%의 점유율로 1위를 차지했다. MS(23%), 구글(8.2%), 알리바바(7.9%)가 뒤를 이었다. 글로벌 클라우드 업체들은 서로 협력하면서 ‘멀티 클라우드’ 영토 확장에 나서고 있는 모양새다.

MS와 오라클은 멀티 클라우드 확장을 위한 플랫폼 ‘오라클 DB앳애저(Oracle Database@Azure)’를 출시한 상태다. 지난해 9월 MS는 애저 클라우드 데이터센터에서 오라클 데이터베이스(DB) 서비스를 바로 접근할 수 있도록 협약을 맺었다.

사티아 나델라 MS 최고경영자(CEO)는 “파트너십 확대로 클라우드 기반 혁신이 새로운 물결을 일으키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했다. 래리 앨리슨 오라클 회장은 “고객은 최고의 기술을 선택할 자유가 있고, 다른 기술도 원활하게 혼합해서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며 “벽으로 둘러싸인 정원과 같은 클라우드의 공고한 벽이 무너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구글 클라우드는 올해 3월 구글 클라우드·AWS·애저 등을 포괄하는 멀티 클라우드 보안 서비스인 ‘SCC 엔터프라이즈’를 출시했다. 타사 클라우드를 넘나드는 클라우드 보안 단일 플랫폼을 구축한다는 목적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멀티 클라우드 사용이 일반화되면서 전통적인 클라우드 제공업체들도 이러한 환경에 적응하고 있다”고 전했다.

◇ 韓, 멀티 클라우드 비율 44% 불과… 정부, 서비스 다중화 권고

국내에서는 클라우드관리서비스(MSP) 기업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동안 MSP들은 AWS, MS, 구글과 같은 클라우드서비스제공기업(CSP)의 재판매 대리점 정도로 인식됐다. 하지만 클라우드 다중화에 대한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다. 국내에선 LG CNS, 메가존클라우드, 베스핀글로벌 등이 대표적인 MSP로 꼽힌다.

국내 통신사들도 MSP 시장의 가능성을 보고 뛰어들고 있다. SK텔레콤은 오는 2027년까지 국내 톱3 수준의 MSP 사업자로 성장하겠다고 지난해 7월 선언했다. 매출 기준으로 2022년 1000억원에 이어 지난해 2000억원, 오는 2027년에는 5000억원을 달성할 것이라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KT는 김영섭 사장 취임 1주년을 앞둔 지난 6월 MS와 인공지능(AI)·클라우드 분야 협업을 공표하며 MSP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내 MSP 기업들은 상장을 통한 덩치 키우기를 추진하고 있다. 메타넷티플랫폼은 내년 기업공개(IPO)를 목표로 최근 기업 인수에 뛰어들고 있으며, 메가존클라우드도 IPO를 위한 준비에 시동을 걸고 있다.

차인혁 광주과학기술원 AI정책대학원 석학교수는 “AI 기술 발전과 멀티 클라우드 수요 증가로 클라우드 및 MSP 시장이 커지겠지만, MSP 사업의 수익성 확보는 인건비”라면서 “인건비 수준이 높은 통신사가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했다. MSP 사업은 컨설팅을 비롯한 데이터 이관 및 리스크 관리 운영 등 서비스를 제공할 인력이 지속적으로 투입돼야 하기에 다른 업종에 비해 인건비 비중이 높다는 설명이다.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 플랫폼 기업 중 2개 이상의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하는 ‘멀티호밍’(multi-homing·여러 플랫폼을 목적에 따라 동시에 이용) 비율은 44.7%에 불과했다. 정부는 MS발 IT 대란을 계기로 지난달 네이버·카카오 등 부가통신사업자 등에 단일 클라우드 기반이 아닌 2개 이상의 클라우드 기반으로 주요 서비스를 다중화할 것을 권고한 상태다.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모든 클라우드 기반 서비스는 계약시 장애의 종류와 복구 시기, 배상 정도 등 세부내용이 들어가 있는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 수준 협약(SLA)을 작성하는데, 우리 정부도 권고에만 그치지 말고 SLA에 대한 표준 항목들을 연구해 어떤 항목을 반영할지 안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