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난카이 해곡에서 대지진 발생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미야자키현, 가고시마현에서 발생한 규모 7.1의 지진으로 교세라, 라피더스 등 일본 주요 반도체 기업들이 생산라인을 일시 정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피해 규모는 크지 않다는 전언이다. 다만 대지진 발생시 규슈 지방에서 일본판 ‘실리콘밸리’를 꿈꾸는 반도체 기업들의 계획이 틀어질 가능성이 높다.
14일 일본 현지 언론에 따르면 지난 8일 발생한 지진 이후 교세라는 가고시마현 공장 2곳(고쿠부, 하야토)의 생산라인을 정지한 상태다. 고쿠보 공장은 세라믹과 전자부품, 하야토 공장은 디스플레이용 잉크젯 프린팅 관련 부품을 생산하고 있다. 생산라인에서 근무하던 직원 3명이 부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최선단 반도체 공정을 이끌고 있는 라피더스 역시 미야자키 공장의 생산설비 일부가 피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졌으며, 안전을 위해 일시적으로 생산라인 가동을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라피더스는 건물이나 인적 피해는 없다는 공식 입장을 내놨으며, 구체적인 피해 규모를 파악 중이다. 재가동 관련 계획은 아직 발표하지 않았다.
구마모토현에 신공장을 설립하고 있는 TSMC의 경우 직접적인 피해를 받지 않았으며, 공장 설립도 당초 예정대로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지진에 대비해 각종 예방책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TSMC는 건설 초기부터 지진과 관련한 예방 조치를 시행하는 것과 함께 건물 구조, 시설 및 장비를 보강하고 있다”며 “공장 내 화학 물질 누출, 인적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대응 능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업계는 아직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일본 기상청이 계속해서 대지진 발생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는 가운데 난카이 해곡의 영향을 받는 지역에 전자, 반도체, 화학 등 중요 분야 핵심 업체들의 공장이 몰려있기 때문이다. 특히 오사카, 효고현, 미에현 등은 전자 및 반도체 업체들이 집중돼 있으며, 한국 반도체 기업에 포토레지스트와 에칭 가스 등을 공급하는 기업들도 피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대지진 발생시 규슈 지방에 일본판 ‘실리콘밸리’를 조성하고 있는 일본 반도체 부흥 프로젝트도 치명타가 불가피하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규슈 경제산업국은 2021년 4월부터 2024년 6월까지 규슈 내 반도체 관련 설비투자가 100건에 달했던 것으로 집계했다. 투자 금액은 공식 발표된 숫자만 4조7400억엔(약 42조2000억원)에 달한다.
대지진 발생시 구마모토 지역의 경우 TSMC 뿐만 아니라 소니그룹, 자동차용 반도체 맹주인 르네사스, 일본 최대 반도체 장비 기업인 도쿄일렉트론(TEL) 등이 직간접적인 피해를 입을 수 있다. 미쓰비시전기도 구마모토현 거점에 1000억엔을 투입해 내년 11월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구마모토 외에 규슈 곳곳에서 반도체 투자가 진행 중이다. 일본 전력반도체 회사인 로옴은 올해 말 가동을 목표로 미야자키현에 3000억엔을 투입해 신공장을 건설하고 있으며, 글로벌 웨이퍼 2위 기업인 일본 섬코는 규슈 전역에 4000억엔을 투입해 공장 건설을 추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