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최첨단 D램 공장으로 건설 중인 이천 M16 공장 내 생산설비 발주를 본격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M16 공장의 월 평균 D램 웨이퍼(반도체원판) 생산량은 10만장 수준으로 SK하이닉스 전체 D램 생산능력의 약 22%를 차지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해당 공장의 생산성을 1.8배에서 2배 수준까지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주요 장비사에 M16 증설 투자에 투입될 핵심 장비를 발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장비는 고대역폭메모리(HBM)용 D램과 각종 전자기기에 쓰이는 범용 D램 설비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올 4분기부터 본격적으로 공급이 시작될 예정이며 내년 초부터 생산능력이 확대될 전망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내내 이어진 D램 감산 기조를 끝내고 서서히 D램 생산능력을 높여나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 자료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월 평균 D램 생산량은 지난해 4분기 38만장 수준에서 올 2분기에는 40만장 수준으로 늘어났다. 이어 올 3분기에는 44만장 수준으로 생산능력을 확대할 전망이다. 하지만 월 평균 생산량이 67만장을 상회하는 삼성전자와는 여전히 격차가 크다.
평택 공장 내 D램 설비투자 공간이 여유가 있는 삼성전자와 달리 SK하이닉스는 추가로 설비를 들여놓을 공간이 여의치 않다. 내년 M15X 신공장이 들어서기 전까지 SK하이닉스가 D램 생산량을 늘릴 수 있는 방법은 현재로서는 이천 M16 공장, M14 등에 공간을 최대한 활용하고 생산 장비 업그레이드를 통해 생산 효율성을 강화하는 방법 뿐이다.
중국 우시 공장의 경우 SK하이닉스 전체 D램 생산량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미국 정부의 규제로 인해 10나노급 D램 장비 반입이 원활하지 않다. 때문에 생산량이 월 평균 18만장 수준에서 정체돼 있다. 특히 중국 내 최선단 D램 공정에 필요한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반입도 불가능하다.
SK하이닉스가 이번에 발주한 장비들은 M10, M14 등 이천 지역에 위치한 공장에 반입돼 생산성을 끌어올릴 것으로 관측된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SK하이닉스가 보유한 장비로는 웨이퍼 생산량을 최대치로 끌어올려도 현재 생산량 대비 3~5% 늘어나는 수준에 그칠 것”이라며 “적극적인 증설 투자 없이는 올해 하반기부터 내년까지 폭증할 것으로 전망되는 D램 수요를 맞추기가 힘들다”고 했다.
SK하이닉스는 이번 증설 투자를 통해 D램 생산량을 최대 월 8만장 수준까지 추가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이는 전체 생산능력을 약 18%에서 최대 20%까지 늘리는 수준이다. HBM에 투입되는 D램 뿐만 아니라 PC, 서버, 모바일 등 주요 부문에서 공급 부족 조짐을 보이고 있는 범용 D램 시장에 적극 대응하기 위한 조치다.
올 하반기 SK하이닉스 실적의 향방은 HBM보다는 범용 D램 시장의 수급 불균형으로 인한 가격 폭등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올해 D램 평균 가격이 53%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35% 상승을 예고했다. 범용 D램 가격은 지난해 10월 이후 상승곡선을 유지하고 있고 올 3분기에만 평균판매가격(ASP)이 전분기 대비 8~13% 오르면서 전체 D램 가격 상승세를 견인할 것으로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