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SK하이닉스 이천 M16 공장 전경./각 사 제공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세계 D램 ‘3강’이 D램 생산능력의 상당 부분을 고대역폭메모리(HBM)에 할당하면서 생산량 축소가 우려되는 일반 D램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질 경우 고부가가치 제품인 HBM보다 일반 D램의 이익률이 더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반도체 시장에선 PC용 D램 계약가격이 최대 13% 수준까지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한 달 사이에 D램 계약가격이 급등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주요 제조사들이 HBM에 집중하면서 D램 공급량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 PC 제조사들이 D램 물량 선점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올해 들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은 HBM 투자에 집중하고 있다. AI 관련 자체 대규모언어모델(LLM)을 구축하려는 기업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LLM 시스템 구축엔 엔비디아 H100과 같은 GPU(그래픽처리장치) 제품이 필요하다. 이 GPU에 HBM이 필수적으로 탑재된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HBM 수요는 200% 가까이 증가, 내년에는 올해 대비 2배 이상 늘어날 전망이다.

문제는 D램 생산량의 상당 부분이 HBM에 할당되면서 기존 주력 시장인 서버, PC, 모바일용 D램의 공급이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HBM은 웨이퍼 다이 사이즈가 동일 용량 D램보다 크기 때문에 일반 D램보다 생산능력이 2.5~3배 더 필요하다. 게다가 최근 HBM이 8단에서 12단으로 높아지면서 제조 난도가 더 까다로워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현재 D램 수율이 50~70%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DDR5 환산 기준으로 최대 3.5배 더 많은 웨이퍼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때문에 뜻하지 않은 일반 D램 생산량의 ‘감산 효과’가 이어지고 있다. 실제 SK하이닉스는 지난달 열린 2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급성장하는 HBM 수요로 인해 메모리 기업들이 가동률을 높이고 있지만, D램은 여전히 생산능력이 감산된 수준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내년 전체 생산능력은 늘어나지만, 일반 D램은 타이트한 공급 상황이 지속될 것이고 일반 D램 가격이 HBM을 넘어설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통상 HBM은 D램보다 영업이익률이 2.5배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기존 SK하이닉스 독주 체제에서 삼성전자, 마이크론 등 경쟁자들이 잇달아 시장에 뛰어들면서 이익률이 서서히 하향 조정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대로 올해 D램은 꾸준히 가격이 상승하면서 지난 2분기 기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D램 영업이익률이 30%를 상회했다.

HBM이 연간 단위로 가격이 결정되는 반면 일반 D램은 분기 단위로 가격이 결정되는 구조라 수요·공급 상황에 따라 실시간으로 가격이 반영돼 더 가파른 상승세를 보일 수 있다. HBM은 고객 맞춤형 제품으로 먼저 공급 계약을 맺고, 이후 제품을 양산해 제공하는 구조다. 범용 D램은 이미 규격대로 만들어진 제품을 고객사가 재고 상황과 수요에 따라 구매를 요청하는 형태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올해 D램 평균 가격이 53%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35% 상승을 예고했다. 범용 제품 가격은 지난해 10월 이후 상승곡선을 유지하고 있고 올 3분기에만 평균판매가격(ASP)이 전분기 대비 8~13% 오르면서 전체 D램 가격 상승세를 견인할 것으로 분석했다. 이 경우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D램 영업이익률은 50% 수준에 육박하게 된다.

삼성전자는 일반 D램 시장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평택 사업장 신규 팹인 4공장(P4)을 통해 D램 생산능력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당초 삼성전자는 P4를 메모리, 파운드리 라인을 혼합해 구축하려고 했으나, 모두 D램 라인으로 구축하기로 결정했다. P4 파운드리 공간에 갖춰질 D램 장비는 내년 상반기부터 반입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