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손민균

반도체 업황 반등으로 한국의 대중국 수출이 회복세를 기록하자, 중국이 “미국발 반도체 수출 규제의 한계가 드러났다”는 평가를 내놨다. 미 규제로 수출이 막힌 인공지능(AI) 반도체가 중국에 보란 듯이 유입되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전해지면서 미국의 기술 봉쇄가 중국 반도체 산업의 발전을 막을 수 없다는 주장이 이어지고 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4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무역협회의 수출 통계를 인용하며 “올 7개월 간 한국의 최대 수출국은 중국이었으며, 이는 반도체 수요 덕분인 것으로 조사됐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미국 정부는 한국을 포함한 동맹국들에 대중 반도체 및 반도체 제조 장비 수출을 중단하도록 끊임 없이 압박해 왔으나, 미국은 중국의 반도체 산업 발전을 막지 못했고 앞으로도 막지 못할 것이라는 점이 이번 통계에서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이날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7월 대중 수출은 작년보다 14.9% 증가한 114억달러로 2022년 10월(122억달러) 이후 21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는 중국으로 메모리 반도체, 무선통신 기기 부품 등 한국산 IT 중간재 수출이 늘어난 영향이다. 그중 반도체는 한국의 대중 수출에서 약 20%를 차지했다. 이에 따라 올 1~7월 누적 대중 수출은 748억달러로, 미국(745억달러)을 제치고 중국이 또 다시 한국의 최대 수출국이 됐다.

중국의 마지화 통신산업 연구원은 이를 두고 “미국은 반도체 측면에서 중국을 단속하려고 온갖 수단을 동원해 왔다”며 “심지어 기업에 중국 투자를 중단하라고 요구했고 규제를 계속 확대하고 있으나, 이 모든 움직임은 미국이 의도한 바를 달성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또 미국 정부가 대중 반도체 장비 수출 규제를 강화할 계획이지만 일본, 네덜란드, 한국 등 일부 동맹국의 수출은 막지 않을 것이라는 외신 보도를 인용해 “이런 예외는 미국이 대중 수출을 완전히 막는 데 한계에 직면했다는 걸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미국 정부가 제재를 더 확대하면 미국과 그 동맹국의 기업만 피해를 입게 될 것”이라며 “대중 반도체 규제는 반도체 시장을 쪼그라들게 해 반도체 기업들에 큰 압박을 가하고 있는데, 결국 미국도 스스로를 해치고 있는 셈”이라고 했다.

중국이 2022년 10월부터 시작된 미국발 수출 규제의 허점을 비난하고 나선 가운데,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미국 정부의 제재에도 중국에 밀수된 AI 반도체가 현지 시장에서 공공연하게 거래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의 한 판매상은 지난 4월 엔비디아의 최첨단 칩 2000개 이상을 탑재한 대형 서버를 1억300만달러에 홍콩에서 중국 본토로 배송했다고 밝혔으며, 중국 기업들은 미 규제를 우회해 AI 칩 거래업체를 찾아낸 것으로 조사됐다. 또 중국 산하 기관 12곳 이상이 미 제재 대상에 속하는 반도체를 입수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엔비디아를 비롯해 미국 정부의 수출 규제를 적용받는 기업들은 미국의 조치를 모두 따르고 있으나 기업이 직접 유통망 전부를 통제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수출 규제 구멍’ 지적에 지나 러몬도 미 상무부 장관은 앞선 인터뷰에서 “(대중 조치는) 엄청나게 어려운 일이기 때문에 이를 완벽하게 해내고 있다는 환상은 전혀 없다”면서도 “정보기관, 동맹국과 협력해 구멍을 파악하고 이를 메우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