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탠 포시 엔비디아 총괄이 30일 서울 엔비디아코리아 본사에서 엔비디아의 기상 AI 기술을 설명하고 있다. /조선비즈

빅테크들이 인공지능(AI)을 동원해 날씨를 지금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예측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 가운데 엔비디아가 그래픽처리장치(GPU)를 기반으로 한 생성형 AI로 각국 기상청과 기상 예측 모델을 고도화하고 있다. 이미 대만, 중국, 일본 등 다른 아시아 국가들과 긴밀한 협력 관계를 이어가고 있는 엔비디아는 국내 기상연구소와도 AI 기반의 초단기 예측모델을 공동 연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30일 스탠 포시(Stan Posey) 엔비디아 지구시스템 모델 총괄은 서울 엔비디아코리아 본사에서 진행된 간담회에서 “기상 분야를 연구한 지 30년이 넘었지만 최근 2년간이 가장 큰 변화가 일어났다”며 “생성형 AI는 기상 관측의 ‘게임체인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GPU를 기반으로 한 엔비디아의 학습 모델은 “전통적인 방식의 기후 연구로 수십년이 걸릴 타임라인을 앞당기고 있다”고 강조했다.

엔비디아는 올해 기상예보 AI 소프트웨어인 ‘어스-2′와 ‘코디프’를 공개했다. 어스-2는 엔비디아의 기후예측 기술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디지털 트윈’이다. 지구 대기환경을 시뮬레이션했으며 기존 기상청들의 방법보다 1000배 빠르고, 분석 대상의 해상도를 10배 높일 수 있다. 코디프는 최첨단 확산 모델링을 사용해 현재의 수치 모델보다 12.5배 높은 해상도의 이미지를 1000배 빠르고 3000배 에너지 효율적으로 생성한다.

스탠 포시 총괄은 이날 “AI의 기후 예측과 날씨 모델링은 빠른 속도로 진화하고 있다”며 “지난해가 특히 AI 기반의 기후 예측의 기념비적인 한 해였다”고 말했다. 구글이 날씨 예측 방식에 AI를 결합한 ‘뉴럴GCM(General Circulation Models·대기 대순환 모델)을 발표해 날씨 계산 시간이 최대 3분의 1 정도로 줄였고 정확도는 더 높였다. 중국 화웨이가 지난해 네이처에 팡구웨더라는 기상 예측 모델을 발표한 데 이어, 딥마인드도 그래프캐스트라는 모델을 내놨다. 두 모델 모두 가장 정확한 예측을 한다고 평가받는 ECMWF보다 정확도에서 앞섰다.

포시 총괄은 “현재 UN이나 유럽 등에서 보유하고 있는 날씨 예측 정보의 해상도는 25Km에서 최대 100Km 수준으로, 세밀하게 지역의 날씨 상황을 관측하기는 어렵다”며 “가장 정확도가 높은 정보로 알려진 ERA5 역시 비교적 해상도는 높지만 구체적인 요소를 고려해 기후 상황을 명확하게 들여다보고 예측하는 건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어 “그래서 모든 요소와 데이터를 종합적으로 계산하고 예측하는 고성능 컴퓨팅(HPC)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엔비디아의 어스2와 코디프는 아직 태풍이 오지 않은 상황에서 태풍이 실제 왔을 때 어떤 경로로 움직이고 구름의 크기는 얼마나 되며 비는 얼마나 내릴지 등을 예측해서 시각화한 후 시뮬레이션 자료를 제공해준다. 포시 총괄은 “어스2가 자료를 수집하고 AI인 코디프가 이를 받아 예상 경로 등을 분석한다. 자료는 밤과 낮일 때 상황을 비교할 수 있는 등 태풍의 시간대별 움직임도 세세하게 관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포시 총괄은 “코디프는 생성형 AI를 활용해 25km 수준의 해상도를 2km까지 세밀하게 들여다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코디프는 기존에 각 국가의 기상청들이 쓰는 방법보다 분석 속도가 1000배 빠르고 분석 대상의 해상도를 기존보다 약 10배 높여서 살필 수 있다. 경로를 예측하는 추론에 필요한 에너지도 3000배 적어, 전력량을 절감할 수 있다. 대만 교통부 중앙기상서(CWA·기상청)는 어스2와 코디프를 최근 도입했다.

한편 엔비디아는 한국 기상청을 비롯해 KAIST, 서울대 등과도 기후 예측 모델에 관한 공동 연구 개발을 진행 중이다. 엔비디아와 기상청 산하 기상연구소는 현재 엔비디아 GPU 기반의 초단기 기상 예측 모델인 ‘나우캐스트’를 함께 연구 개발하고 있다. 초단기 예측 모델이란 특정 지역의 기상 상황을 10분~20분 단위로 예측하는 방식을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