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경기장까지 가장 빠르게 갈 수 있는 방법은 뭘까?”, “상대팀과 우리 심판의 특징을 알려줘.”
지난 26일(현지 시각) 개막한 2024 파리올림픽 현장에서 약 1만여 명의 전세계 선수들이 인공지능(AI) 챗봇에게 이같은 질문을 하는 모습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게 됐다. 이 외에도 참가 선수들이 경기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AI가 소셜미디어(SNS)의 악의적 댓글을 삭제하거나, 전세계 언어로 스포츠 경기 해설을 전달하기도 한다. 최신 AI 신기술과 LLM(거대언어모델)이 결합한 챗봇이 2024 파리올림픽 현장에서 개인 맞춤형 정보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따르면 이번 파리 올림픽에서 AI 기술은 ▲올림픽 중계 ▲선수 성과 분석 ▲심판 판정 정확성·공정성 확보 ▲사이버 보안 ▲악플 자동 차단 ▲AI 광고 등 다양한 영역에서 쓰이고 있다.
가장 주목을 받는 기술은 인텔과 프랑스 스타트업 ‘미스트랄 AI’의 협업으로 개발된 ‘애슬릿(Athlete) GPT’ 챗봇이다. 이 챗봇은 인텔 가우디 가속기와 제온 프로세서로 구동되는 대화형 AI로, 24시간 내내 전세계 선수들에게 각자의 취향에 맞는 정보를 제공한다. 인텔에 따르면 애슬릿 GPT는 수천 개의 정보 페이지를 빠르게 검색할 수 있어, 선수들은 파리에 머무르며 필요한 기본 정보를 즉시 전달받을 수 있다.
AI 심판 ‘JSS(Judging Support System)’ 기술도 도입됐다. 빠르게 회전하고 움직이는 체조 등에만 도입된 상태로, 인간 심판의 눈으로는 잡아내지 못하는 미세 실수까지 잡아낼 예정이다. 또 선수 보호를 위한 차원에서 악플 및 딥페이크 영상 탐지에도 AI가 적극 활용 된다. IOC 측은 “올림픽에 적용되는 AI 서비스를 활용해 1만5000여 명의 선수와 관계자의 SNS 계정을 광범위하게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당사자 동의 하에 악플 등이 달릴 경우 빠르게 삭제하고 있다”라고 했다.
이번 올림픽 현장에서는 중국 기업의 행보도 눈에 띈다. 중국 알리바바 클라우드는 이번 올림픽에서 자사 AI 초거대 모델 ‘퉁이쳰원’를 적용했다고 밝혔다. 퉁이쳰원은 특히 중국어 환경에서 텍스트 이해도 및 생성도, 지식 문답 및 생활 제안 등 다방면에서 GPT-4를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IOC 공식 해설자들이 경기 해설을 할 때 동시에 중국어 번역을 제공하는 등 유용하게 쓰이고 있으며, 이 밖에도 AI 기반 에너지 절약 도구를 지원해 경기장의 전기 소비량을 분석하고, 올림픽 행사의 탄소 배출량 절감을 보조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
구글은 미국 대표팀 공식 AI 스폰서다. 이번 파리 올림픽에서는 미국 올림픽 독점 중계 방송사인 NBC유니버설과도 협력해 TV 중계에 AI 기술을 도입했다. 스포츠 해설자들은 실시간으로 구글의 AI 개요 기능을 활용해 배경지식을 얻는 등 한층 더 해설 퀄리티를 높일 수 있게 됐다. 이 밖에도 베르사유 궁전, 스타드 롤랑 가로스, 아쿠아틱 센터와 같은 장소를 구글 지도의 3D 뷰로 확인할 수 있으며, 각 장소에서 열리는 최신 이벤트를 실시간으로 확인 가능하다.
삼성전자 역시 갤럭시 스마트폰을 통해 AI 기술을 곳곳에 적용시켰다. 특히 1만 7000여 명의 파리 올림픽 참가 선수 전원에게 ‘갤럭시 Z 플립6 올림픽 에디션’을 제공해, 선수들이 언어의 장벽없이 소통할 수 있도록 했다.
올림픽 시상식에는 그동안 휴대폰을 포함한 모든 개인 소지품 반입이 금지돼 왔으며, 올림픽 공식 미디어만이 시상대를 원거리에서 촬영할 수 있었다. 그러나 삼성의 갤럭시 반입이 가능해지면서 사상 최초로 시상대 위 셀피(selfie·스마트폰으로 자신의 모습을 촬영)가 허용되면서 선수들 사이에서도 큰 호응을 받고 있다.
메달 수여가 끝나면 올림픽 자원봉사자가 직접 갤럭시 Z 플립6 올림픽 에디션을 선수들에게 전달한다. 이 핸드폰으로 시상대에서 촬영된 사진은 갤럭시 에디션의 ‘애슬릿(Athlete) 365′ 앱에 실시간 연동된다. 선수들은 사진을 직접 다운로드 할 수 있고 가족, 친구, 팬들과 손쉽게 공유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