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신주과학단지에 있는 TSMC 건물 로고./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발언으로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인 대만 TSMC 주가가 휘청거린 가운데 TSMC는 지정학적 리스크를 정면 돌파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19일 대만 경제일보에 따르면 웨이저자 TSMC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전날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미국, 일본, 유럽 등 해외 공장 확장 전략에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향후 TSMC 제품에 관세가 부과될 경우 고객과 비용을 공동으로 부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TSMC와의 관계 재설정 가능성을 암시한 상황에서 처음으로 견해를 내비친 것이다.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16일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중국을 상대로 한 대만 방어 전략에 대한 질문에 “대만은 우리(미국) 반도체 사업의 거의 100%를 가져갔다”며 “대만은 방어를 위해 우리에게 돈을 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 우리는 대만이 우리나라에 새로운 반도체 공장을 짓도록 수십억달러를 주고 있다”며 “그들은 공장을 (미국에) 짓겠지만 이후에 다시 자기 나라로 가져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트럼프 집권 시 현재와 같은 글로벌 반도체 동맹에 균열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TSMC 주가는 8% 급락했다.

향후 무역 갈등으로 관세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에 대해 TSMC는 “관세는 가정적인 이슈”라면서도 “실제 새로운 관세 문제가 발생할 경우, 고객과 논의해 공동으로 비용을 부담할 것”이라고 했다. 다만 현재로선 이런 논의가 이르다고 덧붙였다. 이를 두고 업계에선 미국이 TSMC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할 경우, TSMC는 파운드리 가격을 인상해 고객과 비용을 분담하겠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TSMC는 글로벌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반도체 산업 전반적으로 비용이 더 발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TSMC는 지역별로 가격을 다르게 책정하는 전략을 비롯해 각국 정부와 긴밀한 협업을 유지해 지원을 확보하고, 대규모 제조 기반의 장점을 활용하는 등의 방식으로 비용을 관리하겠다고 전했다.

TSMC의 해외 공장 건설 프로젝트도 계획대로 진행될 전망이다. 현재 TSMC는 미국 애리조나주와 일본 구마모토현에 공장을 세우고 있으며, 곧 유럽에서도 공장을 지을 예정이다. 미 애리조나주 피닉스 공장은 2025년 상반기 4㎚(나노미터·10억분의 1m) 공정으로 반도체 양산을 시작하고, 이어 두번째 공장에서 2028년 2, 3㎚로 양산할 계획이다. 일본 구마모토현엔 2027년 6, 7㎚ 양산을 목표로 두번째 공장을 짓고 있다. 독일 드레스덴 공장은 올 4분기 착공 예정이다. TSMC는 해외 진출이 고객 수요와 각국 정부 지원에 달려 있다며, 장기적으로 영업이익률 목표(53%) 이상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 발언 이후 하락세를 보이던 TSMC 주가는 이날 시장 전망치를 웃도는 실적을 발표하면서 0.4% 오른 171.87달러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