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네이버에 대한 라인야후의 지분 매각 요구를 사실상 철회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라인야후’ 관련 리스크가 잠잠해졌다. 하지만 네이버가 국내에서 중국 이커머스 공습에 따른 커머스 사업 위축, 숏폼(짧은 영상) 중심의 오픈플랫폼 전략 등 이슈가 산적한 가운데 해외를 기반으로 한 미래 성장 동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네이버는 향후 성장성에 대한 우려로 올해 초 대비 주가가 23% 이상 하락했다.

그래픽=정서희

◇ 라인야후 지분 매각 리스크 잠잠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지난 2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 출석해 “단기적으로는 (라인야후 관련) 매각은 진행하지 않는 것으로 결정을 내렸다”고 했다. 그러나 장기적인 지분 매각 가능성에 관해서는 “기업의 중장기적인 전략에 대해 확답할 수 없다”며 대답을 피했다.

네이버 노조 측은 이와 관련해 “네이버와 소프트뱅크 간의 지분 매각 논란은 잠시 소강 상태에 접어들었으나, 하루 아침에 고용불안이 얼마나 심각해질 수 있느냐를 체감했기에 기존에 진행하려고 했던 (직원들의) 고용 안전 장치 마련 교섭은 계속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소프트뱅크 역시 라인야후 지분 매각 협상을 중단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17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소프트뱅크는 현재와 같은 라인야후 출자구조(50대50)를 당분간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소프트뱅크 관계자는 아사히신문에 “총무성의 행정지도에 대해 네이버와 협의를 계속 해왔지만, 한국 정치권과 네이버 노조의 반발 때문에 협의를 지속할 수 없다”면서 “라인야후를 일본 플랫폼으로 만들기 위해 주식 매입을 중장기 목표로 잡은 방침은 변하지 않는다”고 했다.

◇ 부진한 해외 사업 실적… ”성장동력 점검할 때”

19일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 1분기 기준 네이버의 실적은 국내에서 2조1418억원의 영업수익을 달성했으나, 해외에서는 일본(2138억원), 미국(1334억원), 기타(369억원)로 집계됐다. 네이버는 일찌감치 글로벌 시장 공략을 나섰지만 아직 만족할 수준의 성과를 내지는 못하고 있다.

네이버가 지난해 1분기 13억달러(약 1조6700억원)을 투자해 인수한 포쉬마크의 경우, 상황이 나아지고는 있으나 아직 영업이익 측면에서 기여도는 파악되지 않고 있다. 네이버의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은 전년 대비 11% 증가한 2조5261억원, 영업이익은 33% 늘어난 4393억원이다. 사업 부문별 매출액은 △서치플랫폼 9054억원 △커머스 7034억원 △핀테크 3539억원 △콘텐츠 4463억원 △클라우드 1170억원으로 집계됐다. 최 대표는 올 1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지난해 인수한 포쉬마크가 흑자전환에 성공하며 커머스 부분의 성장세를 이끌었다”면서 “포쉬마크의 기획 상품 확대 등 수익성 강화에 힘쓴다는 방침”이라고 언급했다.

네이버의 올해 투자 활동은 다소 소극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네이버의 예상 영업활동현금흐름은 순유입(+) 1조6508억원으로 추정되는 반면, 투자활동현금흐름은 순유출(-) 7134억원이었다.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인 현금보다 투자활동에 들이는 현금이 현저히 적다.

최근 네이버가 앵커투자자로 출자한 ‘코렐리아 캐피탈’을 통해 프랑스 인공지능(AI) 유니콘 ‘미스트랄 AI’에 간접 투자를 했지만, 소규모 지분을 확보한 상태다. 미스트랄 AI는 지난해 4월 구글 딥마인드와 메타 출신들이 설립했고, 파리에 본사를 두고 있다. ‘르 챗’이라는 생성형 AI 챗봇을 개발했다. 설립 1년 만에 58억유로(약 8조650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고, ‘챗GPT 대항마’로 평가받으며 삼성전자, 엔비디아, IBM 등이 투자했다.

◇ “소버린 AI로 해외 사업 기회 잡을 수 있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네이버의 올 2분기 매출 컨센서스(추정치)는 2조6455억원, 영업이익은 4328억원이다. 이는 역대 2분기 중 최대 실적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매출 2조4079억원, 영업이익 3727억원)과 비교해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증가할 전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래 성장성에 대한 우려로 주가 흐름은 지지부진하다.

이효진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라인야후 매각 이슈로 해외 확장 스토리가 막히면서 밸류에이션(가치평가)이 하락한 영향이 있다”면서 “비유동자산을 활용해서라도 주주환원 정책 등 투자자들의 마음을 달랠 필요가 있다”라고 했다.

국내 뿐 아니라 해외 성장 동력을 점검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김소혜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시장을 대상으로 한) 안정적인 광고 사업과 수익성 방어를 투자 포인트로 꼽기에는 매력도가 부족하다”면서 “정체된 매출 성장 곡선을 조금이라도 상향시킬 수 있는 카테고리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준호 하나증권 연구원 역시 “중장기 사업 전략이 발표되고, AI 서비스로 경쟁력을 입증하면서 중국 기업에 대한 방어가 가시화될 때 주가 반등이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중장기적으로는 해외 시장 개척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박주근 리더스인덱스 대표는 “미국 기업이 주도하는 AI가 전 세계 표준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에 유럽, 아시아 등 비영어권 국가는 ‘소버린 AI’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네이버가 ‘소버린 AI’에 앞장선다면 동남아 뿐 아니라 아랍 등 비영어권 국가에서 플랫폼을 구축하는 사업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했다. 소버린 AI는 자주, 주권을 뜻하는 ‘소버린(sovereign)’과 AI를 합친 단어다. 이는 한 국가가 자국 데이터, 인프라 등을 활용해 지역 언어와 문화, 가치관 등을 반영한 대규모언어모델(LLM)을 기반으로 만든 AI 서비스를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