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다시 돌아온 반도체 호황기 흐름을 타고 2년 만에 분기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당초 증권업계에서 추정한 영업이익 전망치(8조4000억원)를 2조원 상회하는 ‘깜짝 실적’을 내놓았다. 업계에서는 반도체(DS)부문 주력 사업인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 상승세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시스템LSI 사업부의 적자폭 축소가 호실적의 바탕이 됐다고 분석하고 있다.
5일 삼성전자는 올해 2분기에 영업이익 10조4000억원을 기록했다고 잠정 공시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452% 늘어난 수치로, 2022년 3분기(10조8520억원) 이후 약 2년 만에 분기 최대 실적이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74조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3.31% 늘었다.
증권가에서 올해 2분기를 기점으로 본격적인 상승 기류를 타기 시작한 메모리 반도체 사업이 전체 수익성을 크게 개선한 것으로 분석했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 1분기와 2분기에 걸쳐 주요 고객사를 대상으로 D램 가격을 잇달아 10~20% 인상하며 수익성을 강화했다. 여기에 우호적인 환율도 실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에 정통한 관계자는 “반도체 시황 회복이 가속하고 있는 가운데 인공지능(AI)용 반도체 수요 강세에 따른 고부가 메모리 판매 확대로 시장 기대치를 상회하는 실적을 기록했다”며 “비메모리 사업의 경우 점진적으로 수요 회복이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파운드리 가동률 개선, 원가 절감 효과가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AI 시장 확대로 서버용 고부가 메모리인 ‘DDR5′ D램과 AI 데이터센터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의 수요 증가도 실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파운드리사업부, 시스템LSI 사업부의 경우 적자가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적자 규모가 3000억원~4000억원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DS부문 영업이익을 5조1000억원으로 예상하면서 “메모리 가격 상승률이 예상치를 넘어서며 큰 폭의 수익성 개선을 이루고, 비메모리 부문의 영업 적자도 4320억원으로 크게 축소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반도체 업계 최대 관심사인 고대역폭메모리(HBM) 사업의 경우 HBM3(4세대), HBM3E(5세대) 등 주요 제품군에서 아직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고 있지 않지만, HBM이 메모리 매출 비중에 차지하는 비중이 10% 미만이기 때문에 실적 상승세에 큰 영향을 미치진 못했다.
삼성디스플레이 역시 모바일용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수요가 견조하게 이어지면서 전분기 대비 개선된 실적을 내놓은 것으로 추정된다. 증권가에서 추정하는 삼성디스플레이의 2분기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소폭 개선된 4000억원~5000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반도체 사업과 함께 삼성전자 실적의 중요한 축을 담당하는 모바일 사업은 스마트폰 신제품 출시 효과가 떨어지면서 매출액, 영업이익 모두 전분기보다 줄어든 것으로 분석된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2분기 삼성전자 스마트폰과 태블릿 출하량은 각각 5300만대, 700만대를 기록했지만, 갤럭시S24 시리즈 판매량이 810만대로 감소하고 메모리 제품원가 상승에 따라 이익율 하락이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메리츠증권은 MX(모바일경험) 사업부의 영업이익이 전분기보다 6000억원 이상 하락한 2조5000억원으로 분석했다.
한편 올해 하반기 삼성전자 실적도 반도체 부문이 전반적인 개선세를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D램, 낸드 사업이 하반기에는 완전히 정상화하며 호황기 수준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하반기에는 HBM3E 양산이 본격화될 예정이며 범용 D램 가격도 계속 오를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최대 고객사인 엔비디아에 HBM3E 납품이 계획대로 이뤄진다면 수익성을 한층 더 강화하는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채민숙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HBM 생산능력 증가와 범용 D램 감산 지속으로 D램 공급 부족은 2025년까지 매 분기 심화될 것”이라며 “범용 D램 공급 부족 심화에 따라 메모리 가격이 상승 곡선을 그릴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