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손민균

메모리 반도체 제조사들이 낸드플래시 생산량을 확대하면서 식각액과 특수가스 등 관련 소재 공급도 늘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가 올 상반기 9세대 낸드(286단) 양산에 돌입하면서 여기에 필요한 소재 사업도 탄력을 받고 있다. 통상 낸드 적층 단수가 높아질수록 탑재되는 칩의 숫자가 늘고, 공정 절차가 복잡해져 소재 투입량이 증가한다.

◇ 낸드 가동률 높아지면서 소재 공급량 ‘껑충’

25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 낸드플래시용 소재 업체들의 공급량은 지난해와 비교해 2~3배가량 늘어난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해 수요가 침체돼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은 낸드 공장 가동률을 20~30%대까지 낮췄지만, 올해는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용 고용량 낸드를 중심으로 수요가 살아나 가동률을 70% 이상으로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르면 올 연말 가동률이 90%를 넘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특히, 삼성전자가 지난 4월 전격 양산에 돌입한 9세대 낸드(286단)에 투입되는 소재를 공급하는 솔브레인과 원익머트리얼즈 등의 물량이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공급량이 늘어나면서 국내 주요 반도체 소재 업체들의 올 2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도 상향 조정되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솔브레인의 2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40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2%가량 늘 것으로 전망된다. 원익머트리얼즈와 티이엠씨의 2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각각 153억원, 8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200%, 40% 증가가 예상된다.

◇ 9세대 낸드 양산 개시에 소재 공급 ‘수혜’

솔브레인은 낸드 생산 공정에서 불필요한 이물질을 제거하는 데 투입되는 식각액을 삼성전자에 사실상 독점 공급하고 있다. 여기에 낸드 고단화 핵심 소재 고선택비인산(HSN)을 삼성전자에 납품한다. HSN은 적층 단수가 높은 낸드에 적용되는 고부가 식각액으로, 9세대 낸드에 본격 투입된다. HSN은 현재 국내 기업 중 솔브레인과 SK스페셜티만이 생산하는데, SK스페셜티는 SK하이닉스에 공급하고 있다.

이경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솔브레인의 HSN 관련 매출액이 올해 30% 이상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며 “낸드 고단화에 필수인 HSN 시장에서 독보적인 지배력을 갖고 있다”라고 했다

원익머트리얼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낸드 생산용 특수가스를 공급하고 있다. 전체 매출액 중 삼성전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80% 수준이다. 원익머트리얼즈는 삼성전자에 3차원(D) 낸드 공정에 사용되는 식각용 특수가스를 납품하고 있다.

이건재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원익머트리얼즈는 낸드 생산 공정에 사용되는 특수 가스를 공급하고 있어, 낸드 생산량 증가가 실적 개선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티이엠씨도 낸드 식각 공정용 핵심 특수가스인 황화카보닐(COS)를 국산화해 올해부터 공급량을 늘릴 전망이다. COS는 낸드 미세 패턴 식각 효율을 높이는 특수가스로 일본 기업인 스미모토 세이카가 독점 공급해왔다. 티이엠씨는 지난 2021년 이를 국산화하고, 고객사 수요 대응하기 위해 400억원을 투자해 시설 투자를 단행했다. 티이엠씨는 현재 COS 외에도 고용량 eSSD 양산에 투입되는 특수가스 4종을 삼성전자에 납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