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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이 17년 만에 아이폰 사용자들의 숙원이었던 ‘통화 녹음’ 기능 도입을 예고한 가운데, 텍스트 변환을 우선 지원하는 8개 언어(영어·스페인어·프랑스어·독일어·일본어·중국어·광둥어· 포르투갈어)에 한국어가 제외됐다. 이에 아이폰 ‘통화 녹음’ 기능으로 호평을 받고 있는 SK텔레콤의 인공지능(AI) 비서 에이닷이 틈새 공략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12일 SK텔레콤에 따르면 올 3월 기준 에이닷 누적 가입자 수는 400만명이다. 지난해 12월(340만명) 대비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SK텔레콤은 현재 외국어를 한국어로 변환해주는 통역콜, 통화 녹음·요약, AI 스팸 표시 기능 등 주로 전화 통화와 관련한 AI 서비스 기능을 지원하고 있다. 올 하반기에는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AI 관련 새로운 기능을 추가할 계획이라는 입장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전화 통화와 관련된 AI 경험 뿐 아니라 포토, 미디어, 혼잡도 안내 등 다양한 AI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고객의 시간 절감과 편의성 향상을 위한 기능들을 추가로 도입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애플은 지난 10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 쿠퍼티노 애플파크에서 열린 세계개발자회의(WWDC)에서 자사 새 운영체제(OS) iOS 18을 소개하며 추가된 기능 중 하나로 통화 녹음을 소개했다. 전화 앱에 녹음 버튼이 추가되는 방식이다. 하반기에 iOS 18이 출시되면 호환 기기인 아이폰XR(2018년 출시)부터 지난해 출시한 아이폰15 시리즈 사용자까지 통화 녹음 기능을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전까지 한국 내 아이폰 사용자는 인터넷전화(VoIP)로 우회해 통화하는 앱 ‘스위치’나 에이닷, 블루투스 녹음기 등으로 통화 내용을 녹음해야 했다. 일부 사용자는 통화 녹음 기능을 기본 탑재한 삼성전자 갤럭시 스마트폰으로 갈아타는 경우도 있었다.

한국 소비자들은 당장 아이폰 통화 녹음에 한국어 지원이 되지 않는다는 소식에 아쉬워하는 분위기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한국어 지원이 빠진 것 뿐 아니라 우리나라 정서상 통화 녹음 고지가 상대에게 가는 것 자체가 거부감이 들 수 있다”면서 “애플은 수동으로 버튼을 눌러야하는 번거로움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한국 시장에서 선호도가 높을지는 두고 봐야할 일”이라고 했다.

SK텔레콤은 에이닷의 자연스러운 한국어 지원 기능과 한국어에 특화된 통역콜 등 부가 기능, 지원 단말기 다양화로 차별화를 꾀한다는 방침이다.

반면 SK텔레콤의 경쟁사인 KT와 LG유플러스는 여전히 아이폰 통화 녹음 기능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상당수 가입자들이 불만을 나타내고 있으며, 일부 가입자는 SK텔레콤으로 번호이동에도 나서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우리만의 차별점을 살린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다면 의미가 있는데, 내부적으로도 실익을 따져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