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네이버웹툰의 미국 나스닥 상장을 추진하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브랜드 가치가 상승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쪼개기 상장’에 대한 비판과 ‘주가 관리’라는 과제도 남아있다.

◇ “네이버 AI 가치도 재평가 받을 것”

5일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가 글로벌 콘텐츠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네이버웹툰을 운영하는 웹툰엔터테인먼트의 미국 나스닥 상장을 준비 중이다. 이르면 오는 7월 상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네이버웹툰은 네이버가 글로벌 성공 신화를 쓴 메신저 서비스 ‘라인’처럼 키우는 글로벌 콘텐츠 서비스다. 네이버의 자회사로 웹툰엔터, 손자회사인 네이버웹툰이 있는 구조다.

지난 2004년 서비스를 시작한 네이버웹툰은 2014년 북미 시장에 진출했고 2020년에는 본사까지 미국으로 옮겼다. 지난 2021년에는 북미 웹소설 플랫폼 ‘왓패드’를 인수하고, 영화를 찍는 ‘왓패드웹툰스튜디오’를 설립해 웹소설-웹툰-영화로 이어지는 종합적인 콘텐츠 밸류체인을 구축했다.

모바일 시장조사업체 데이터에이아이에 따르면, 2022년 기준 미국 웹툰 플랫폼 시장에서 네이버웹툰의 시장점유율은 70.5%로 압도적인 1위다. 올해 북미 시장 점유율은 50%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블룸버그통신은 나스닥 상장이 성공적으로 이뤄지면 웹툰엔터의 기업가치가 30억~40억달러(약 4~5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네이버웹툰이 지난 2022년 미국 뉴욕 맨해튼 타임스퀘어에 방탄소년단이 등장하는 대형 옥외광고를 선보였다./네이버웹툰 제공

네이버 브랜드 가치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이다. 이효진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웹툰은 네이버 전사 사업 중에서 글로벌 매출 규모가 큰 부분에 속한다”며 “성공적으로 상장하면 (웹툰에 활용되는) 네이버의 인공지능(AI) 가치를 재평가 받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준호 하나증권 연구원도 “웹툰엔터가 상장 이후 확보한 자금을 바탕으로 북미 시장 침투를 위한 추가 인수합병, 협업과 같은 구체적인 계획과 함께 주춤했던 매출 성장이 확인된다면 네이버의 기업 가치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IT업계 관계자는 “상장을 통해 6000억원 이상의 자금을 조달할 수 있어 네이버의 콘텐츠 시장 장악력이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 “기업 거버넌스 관리 실패시 악영향 커”

하지만 네이버의 웹툰엔터 나스닥 상장 추진에 일부 주주들 사이에선 ‘쪼개기 상장’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쪼개기 상장이란 기업이 자회사를 분리해 각각 상장시키는 것으로, 이는 네이버의 기업 가치를 오히려 희석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에선 네이버가 웹툰엔터의 나스닥 상장에 성공하면, 네이버파이낸셜도 상장을 추진할 것으로 전망한다.

웹툰엔터가 나스닥 상장 후 독립적인 성장 궤도에 오르지 못할 경우, 네이버와 웹툰엔터 모두 시장의 신뢰를 잃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그래픽=정서희

임희석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네이버웹툰의 국내 거래액은 2021년을 고점으로 역성장이 관찰되고 있다”면서 “웹툰엔터 상장이 네이버 실적과 주가에 드라마틱한 변화를 줄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정호윤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40억달러의 기업가치는 네이버의 주가 상승으로 이어질 정도는 아니다”며 “상장 이후 네이버 지분율 희석을 감안하면 이론적으로는 오히려 주가에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 또한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주가 관리도 문제다. 웹툰엔터에 앞서 지난 2021년 나스닥에 상장한 쿠팡의 경우 주가가 상장 이후 최고가 대비 3분의 1 수준으로 폭락하자 쿠팡 주주들이 지난 1월 회사 측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나스닥에 상장할 경우 높은 투명성을 유지해야 해 규제 준수 비용이 증가하고 소송 리스크도 커진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나스닥 상장에 성공하면 자금 조달, 사업 확장 등 유리한 부분이 많을 수 있다”면서도 “나스닥은 회계 투명성을 강조한 사베인스-옥슬리법 등 까다로운 관리가 필수적이어서 네이버가 기업 거버넌스 관리에 실패한다면 악영향이 더 클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