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가 4일(현지시각) 아시아 최대 컴퓨팅·IT 전시회 '컴퓨텍스 2024' 기조연설을 마친 뒤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타이베이=전병수 기자

“2030년에 세계 2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이 되겠다는 목표는 변함이 없다.”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4일(현지시각) 아시아 최대 컴퓨팅·IT 전시회 ‘컴퓨텍스 2024′ 기조연설을 마친 뒤 기자간담회에서 “내부 물량을 포함하면 매출액 규모에서 이미 삼성 파운드리를 넘어선 것으로 볼 수 있지만, 외부 고객 물량을 확대하기 위한 노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인텔의 파운드리 부문 매출은 189억달러(약 26조원)로,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 매출(약 133억달러)를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겔싱어 CEO는 내부 물량을 제외한 매출액으로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을 뛰어넘겠다고 밝혔다. 그는 “외부 고객으로부터 연간 150억달러(약 20조원) 이상의 매출을 달성하는 목표를 위해 노력 중”이라며 “고급 패키징 등을 포함한 시스템 파운드리 시장에서는 1위에 오를 것”이라고 했다.

인텔은 삼성 파운드리를 따라잡기 위해 첨단 공정 도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인텔은 올해 1.8㎚(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18A) 공정 양산을 개시하고 오는 2027년 1.4㎚(14A) 공정 양산을 시작할 방침이다. 겔싱어 CEO는 이날 기조연설에서 18A 공정 가동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겔싱어 CEO는 연내 방한을 재추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당초, 겔싱어 CEO는 컴퓨텍스 일정을 마친 뒤 한국을 찾아 AI 서밋 행사에 참석할 것으로 전해졌지만, 갑작스레 방한이 취소됐다. 겔싱어 CEO를 대신해 저스틴 호타드 인텔 데이터센터·AI그룹 수석 부사장이 참여할 예정이다. 겔싱어 CEO는 “한국은 여전히 우리에게 다방면에서 중요한 고객사와 협력사들이 많은 곳”이라며 “이 기간 동안 만나려고 했던 인사가 한국에 없어 찾을 수 없게 됐지만, 연말에 한국을 찾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미국이 반도체 관련 법안을 통해 자국에 반도체 생산기지를 짓도록 지원하는 정책을 펼치는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겔싱어 CEO “차세대 인공지능(AI) PC용 프로세서인 루나 레이크를 TSMC를 통해 생산하는 등 생산기지로서 대만은 굉장히 중요한 국가”라면서도 “하지만 반도체 생산기지가 지리적으로 균형 있게 포진되는 것도 중요하다”고 했다.

인텔은 미국 정부의 반도체법에 따라 현재까지 보조금 약 85억달러(약 11조4000억원)와 대출 지원 110억달러(약 15조원)를 확보했다. 이는 애리조나와 오히이오, 뉴멕시코 및 오리건 주에 건설하고 있는 생산기지에 투입될 전망이다. 인텔뿐만 아니라 삼성전자와 TSMC 등 미국에 생산기지 건립을 추진한 반도체 기업들도 미국 정부로부터 수조원의 보조금을 지원받는다.

겔싱어 CEO는 미국의 대중 수출 규제와 관련해서도 수출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수출 규제와 같은 정책은 50년도 더 지속돼 왔고, 품목이 반도체로 넓어진 것뿐”이라며 “수출에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겠지만, 기술 유출은 제한하면서도 제품 수출을 확대할 수 있는 방안이 가장 적절할 것”이라고 했다.

인텔은 지난 8일 증권신고서를 통해 미국 정부로부터 중국에 있는 고객에 판매할 수 있는 허가가 취소됐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이 같은 이유로 인텔은 2분기 매출액이 예상치를 하회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