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이 헬기 추락 사고로 사망한 에브라힘 라이시 대통령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한 보궐 대통령선거 후보 등록을 시작했다.
30일(현지시간) 이란 국영 ISNA 통신에 따르면 이란 선거관리위원회는 이날 오전 8시부터 내달 3일 오후 6시까지 닷새간 출마 희망자의 신청을 받는다. 이란에선 선거에 출마하려면 12명으로 구성된 헌법수호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승인받아야만 후보 출마 자격을 얻는다. 위원회의 판단은 다음 달 11일 나온다. 아흐마드 바히디 이란 내무장관은 “이번 선거는 선의의 경쟁과 폭넓은 참여 속에서 안전하게 치러질 것”이라고 밝혔다.
외신들은 입후보 신청자만 20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면서 최근 수년간 선거에서처럼 중도와 온건파 인사가 심사를 통과하지 못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란 수뇌부로선 갑작스러운 대통령 유고로 치르는 대선인 만큼 정책의 연속성이나 정국 안정을 위해 변수를 최소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중도·온건파 인사가 나와 보수 진영 후보와 치열한 표 대결을 벌인다면 민심이 흔들릴 수 있다.
대선 유력 후보는 대통령 직무대행을 맡고 있는 모하마드 모크베르 수석부통령이 꼽힌다. 그는 이란의 권력 서열 1위인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의 신뢰를 받는 측근이다.
정통 보수 성향이자 강경파로 분류되는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의회 의장도 출마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의회 새 회기 이틀째인 지난 28일 이날 의장으로 재선출되기도 했다. ‘하메네이 충성파’라는 평가를 받는 사이드 잘릴 리는 지난 27일 출마를 가장 먼저 공식화했다. 그는 2007년과 2013년 이란 핵협상 대표를 지내 서방에도 잘 알려져 있다.
재임시절 서방과 반목하면서 ‘초강경 보수’와 ‘포퓰리스트’라는 수식어를 동시에 달고 다니는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전 대통령도 다시 선거에 나설 수 있다. 12년간 의회 의장을 지낸 ‘정치 명가’출신 중도파 알리 라리자니, 2016년 서방과 핵협상을 타결한 주역인 온건파인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전 외무장관 등도 출마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이란 권력 서열 1위인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의 의중이 후보자 결정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직전 대선인 2021년에는 단 7명만이 대선 후보 자격을 얻었는데 이 중 다수가 강경 보수파였다. 게다가 이 중 지지율이 낮은 3명은 중도 하차했다. 지난 3월 1일 총선을 앞두고도 헌법수호위는 수만 명의 후보자를 부적격 처리한 바 있으며 역대 최저 투표율 속에 치러진 총선 결과 강경파가 압승을 거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