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PT-4o 공개 이후) 힘든(wild) 한 주였죠?”(케빈 스콧 마이크로소프트(MS) 최고기술책임자(CTO))
“그렇습니다(Yes)”(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
오픈AI가 유명 배우 스칼렛 요한슨의 목소리와 유사하게 인공지능(AI) 챗봇 목소리를 만들었다는 논란에 휩싸인 가운데, 법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오픈AI는 “목소리를 모방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오픈AI가 의도했든 아니든 불리한 상황이다. 오픈AI의 ‘안전핀’ 역할을 담당했던 일리야 수츠케버 최고과학자도 퇴사한 상황이어서,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가 앞으로 윤리의식 없이 폭주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 올트먼 CEO, SNS에 ‘her’라고 써 ‘발목’
23일(현지시각) IT전문매체 더버지는 로펌 헤인즈 분의 상표 및 저작권 전문 파트너 변호사 푸어비 퍼텔 알버스를 인용해 “올트먼 CEO가 스칼렛 요한슨이 AI 비서로 연기했던 ‘그녀(Her)’를 언급한 것이 상황을 더 악화시켰다”고 전했다. 알버스 변호사는 “요한슨이 취할 수 있는 몇 가지 조치가 있는데 판례·법은 그녀의 입장을 뒷받침한다”며 “누군가의 이름, 초상, 목소리를 도용한다면 그 사람의 퍼블리시티 권리를 침해하게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소송이 진행되는 경우 일반적으로 유명인은 자신의 음성이나 기타 기능이 등록되지 않은 상표이며, 이를 모방한 자가 판매하는 제품과 관련이 있다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 요한슨의 경우 그녀의 목소리에서 특이한 점이 무엇인지 식별하고 입증해야 하는데, 오스카상을 수상한 영화인 ‘그녀(Her)’에서 AI 비서 역할을 맡은 요한슨에게는 이를 입증하는 게 상대적으로 쉬울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연예인들은 이전에도 비슷한 사건에서 승소한 바 있다. 지난 1988년 가수 베트 미들러는 포드자동차를 고소했다. 자신의 백업 가수 중 1명을 광고에 고용하고 그 가수에게 최대한 미들러의 목소리와 비슷하게 들리도록 지시했다는 이유였다. 같은 해 가수 톰 웨이츠는 광고에서 자신의 노래를 패러디한 프리토 레이를 음성 도용 혐의로 고소했다. 미 캘리포니아 법원에 제기된 두 사건에서 모두 미들러와 웨이츠가 승소했다.
로펌 웜블 본드 디킨슨의 크리스천 마멘 파트너 변호사는 “이 사건들은 AI 음성 복제와 관련해 명확한 의미를 갖는다”고 했다.
요한슨은 아직 오픈AI를 고소하지는 않았지만 최근 변호사를 선임했다. 목소리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오픈AI에 설명을 요청하기 위해 법률 고문을 고용한 것이다. 오픈AI는 AI 목소리가 요한슨처럼 들리도록 의도한 것은 아니라고 밝혔으나 이게 중요한 쟁점은 아니라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알버스 변호사는 “챗GPT-4o 데모가 진행되는 동안 영화 ‘그녀(Her)’와 유사하다는 점이 강조됐고, 올트먼의 경우 자신의 X(옛 트위터)에 직접 ‘her’라는 단어를 게시했다”며 “AI 챗봇 목소리가 요한슨을 모방한 것이라는 의견에 부채질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수츠케버 퇴사, ‘오픈AI 폭주’ 예고편 되나
최근 일리야 수츠케버 최고과학자가 오픈AI를 떠나면서 요한슨 목소리 논란이 오픈AI 폭주의 예고편이 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수츠케버는 작년 11월 올트먼 CEO 축출을 주도했다. 당시 올트먼 CEO가 축출된 것은 공격적인 사업 확장과 AI 기술 윤리에 대해 내부 갈등이 있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비즈니스인사이더 등 외신들은 수츠케버 등 AI 안전을 담당하는 주요 직원들이 퇴사하면서 “오픈AI의 균열이 다시 한 번 드러나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뉴욕타임스(NYT)도 “오픈AI가 안전을 무시한다는 인식은 규제를 더욱 강화할 수 있으며, 경쟁사와의 경쟁에서도 심각한 장애물이 될 것”이라고 했다.
오픈AI가 회사를 떠나는 직원들에게 비밀 유지 및 비방을 금지하는 엄격한 퇴사 계약서를 체결하게 한 것도 도마 위에 올랐다. 미국 온라인 매체 복스(Vox)는 “퇴사 계약서에는 회사를 떠난 사람들이 남은 생애 동안 이전 고용주를 비판하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며 “비밀유지계약(NDA)가 있다는 것을 언급하는 것조차 계약 위반”이라고 전했다.
올트먼 CEO는 이와 관련, “오픈AI를 운영하면서 정말 당황스러웠던 일 중 하나”라며 “퇴사하는 직원들에게 이러한 조항이 부과되고 있다는 사실을 몰랐고 계약을 수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