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정서희

국내 대표 반도체 기판 제조사인 심텍(222800)대덕전자(353200)가 반도체 업황 반등에도 실적 개선에 난항을 겪고 있다. 주요 고객사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고대역폭메모리(HBM) 관련 기판 사업에 진출하지 못한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심텍과 대덕전자의 주력 매출원인 범용 메모리 반도체 출하량은 큰 폭으로 늘지 않아 향후 HBM 같은 고성능 반도체에 탑재되는 기판 사업 경쟁력이 실적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심텍은 올 1분기 매출 2939억원, 영업손실 149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대덕전자는 매출 2147억원, 영업손실 29억원을 달성했다. 심텍은 지난해 1분기부터 5개 분기 연속 적자를 냈고, 대덕전자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할 때 적자전환했다.

심텍과 대덕전자는 국내 인쇄회로기판(PCB) 시장에서 1, 2위를 차지하고 있는 기업이다. 심텍과 대덕전자의 주력 고객사는 국내 메모리 반도체 기업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심텍, 대덕전자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6%, 60% 수준으로 파악된다.

지난해 반도체 경기 침체로 심텍과 대덕전자도 타격을 입었다. 심텍은 지난해 영업손실 881억원을 기록하며 연간 실적이 적자전환했다. 같은 기간 대덕전자의 영업이익은 237억원으로 전년 동기(2325억원) 대비 90% 급감했다. 메모리 반도체 업황이 회복세에 접어든 올해부터는 실적이 개선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지만, 1분기에는 실적이 부진했다.

심텍과 대덕전자가 아직 HBM용 기판을 납품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반도체 업황 회복에 따른 수혜를 누리지 못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HBM에는 고부가 반도체 기판인 플립칩 볼그리드 어레이(FC-BGA) 기판이 투입되는데, 현재 일본 이비덴과 신코, 대만 유니마이크론 등이 이를 전량 공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심텍은 고부가 기판 분야에서 FC-BGA가 아닌,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셔(AP)에 탑재되는 플립칩 칩 스케일 패키치(FC-CSP) 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대덕전자는 업계 후발주자로 HBM용 FC-BGA는 아직 납품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록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HBM과 DDR5 등 AI 관련 고부가 제품 판매량 증가와 가격 상승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메모리 반도체 업계 실적 회복을 이끌었지만, 범용 제품을 포함한 전체 출하량은 크게 증가하지 않았다”면서 “이에 반도체 기판 수요 회복이 본격화되지 않아 기판업계의 실적 개선이 늦어지고 있다”고 했다.

강성철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 연구위원은 “AI를 구동하기 위한 고성능 메모리, 시스템 반도체 제조 과정에서 패키징의 중요성이 부각되며 고부가 기판 수요도 커지고 있다”며 “범용 반도체에 탑재되는 기판은 앞으로 가격이 낮아지고, 시장 환경에 의존할 수밖에 없기에 FC-BGA, 유리기판 등 차세대 고부가 반도체 기판에 대한 기술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고 했다.

오는 2분기에는 심텍과 대덕전자 모두 흑자전환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PC와 모바일, 서버에 탑재되는 메모리 반도체 출하량이 늘어 기판 수요 개선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전통적인 메모리 수요처인 PC와 모바일, 서버 관련 물량이 늘어 심텍이 올 2분기에 71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연구원은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의 D램 출하량이 증가함에 따라 모바일과 서버향 패키지 기판 매출액이 전 분기 대비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며 “올 2분기 대덕전자가 98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