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IT 시민단체가 ‘라인야후 사태’에 대한 한국 정부의 대응이 “지나치게 소극적”이라며 비판했다. 일본 정부를 등에 업은 라인야후가 네이버에게 지분 매각을 강하게 요구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한국 정부는 “네이버의 결정을 존중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내놓으며 상황을 관망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9일 오전 공정과 정의를 위한 IT시민연대 준비위원회(이하 IT시민연대)는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통해 일본 정부가 라인야후에 대한 네이버의 자본 관계 개선을 요청하기 위해 내린 행정지도를 비판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위정현 IT시민연대 준비위원장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외교부가 공통적으로 라인 사태에 대한 사안을 네이버의 결정에 맡기겠다고 하는데, 현재 상황을 제대로 못 보고 하는 안일한 처사”라며 “개별 기업이 일본 정부에 직접 항의하기도 쉽지 않을 뿐더러, 네이버는 실낱 같은 사업 확장 가능성이라도 열어둬야 하기에 소극적으로 나올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근 일본 총무성은 지난해 발생한 일본 라인야후 개인정보 유출 사태를 이유로 소프트뱅크에 네이버와의 자본 관계를 재검토하라고 요청했다. 현재 소프트뱅크와 네이버는 라인야후 모회사인 A홀딩스 지분을 절반씩 나누며 공동 경영을 하고 있다. 결국 일본 정부의 이번 행정지도는 라인야후에 대한 네이버의 지분을 줄여 경영권을 내려놓게 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위 위원장은 “개인정보 유출 사태를 이유로 들 거라면 구글이나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 일본에서 서비스 중인 해외 IT 기업도 모든 데이터를 일본 내 서버에 보관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며 “만일 이 사안에 대해 한국계 기업에만 엄격한 기준을 대는 것이라면 이는 적대국도 아닌 우방인 한국에 대한 중대한 차별행위일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일본은 철저한 법치국가인 만큼, 정보 유출 사태는 ‘개인정보보호법’에 입각해 처리하면 될 일”이라고 덧붙였다.
위 위원장은 일본 정부가 네이버 지분 매각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는 뜻을 밝힌 것도 외교적인 ‘물타기’에 지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국 정부가 해당 사안에 관심을 보이니 일본 정부는 잠시 한 발을 뺀 것뿐”이라며 “지난 8일 이데자와 다케시 라인야후 최고경영자(CEO)가 소프트뱅크가 가장 많은 지분을 취하길 원한다고 밝힌 것이 일본 정부의 입장과 동일 선상에 있다고 보면 된다”라고 말했다.
위 위원장은 이어 “결국 네이버는 일본 정부가 목에 칼을 겨눈 상태에서 우리 정부 도움 없이 홀로 협상을 진행해야 하는 모양새가 된다”며 “이번 사태를 묵과한다면 네이버가 라인 경영권을 빼앗기는 것은 물론이고, 향후 한국 기업이 서비스하는 모든 국가에서 동일한 요구에 직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 정부는 심각한 위기의식 하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고 했다.
위 위원장은 한국 정부가 나서 오는 7월 1일로 정해진 일본 정부의 행정지도에 대한 네이버의 답변 기한을 연말까지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네이버가 소프트뱅크와의 협상을 진행하기 위한 시간을 벌어줘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네이버가 결국 일본에서 라인 사업을 내려놓게 될 경우,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진행하는 라인 사업은 별도 분리해 지속해서 운영하도록 지원하는 대안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