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11·12.9인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 패널을 탑재한 아이패드 신제품을 내달 중 발표하며 IT용 OLED 시장 개화를 주도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 디스플레이 기업들이 설비투자에 시동을 걸고 있다. 현재까지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등 한국 기업이 장악하고 있는 IT OLED 시장에 가격 경쟁이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디스플레이 기업 차이나스타(CSOT)는 연내 8.6세대 OLED 생산 설비투자 계획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8세대급 OLED 패널 공장은 기존 5~6세대급 공장보다 노트북, 태블릿PC 등 IT용 패널 생산에 최적화돼 있다. 현재 업계에서는 유일하게 삼성디스플레이가 8세대급 OLED 패널 공장을 건설하고 있으며 오는 2026년까지 4조100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한동안 잠잠하던 중국 디스플레이 기업들도 올해부터 다시 대규모 투자에 나서며 한국 따라잡기에 나설 전망이다. 스마트폰용 OLED와 달리 IT OLED 분야에서 이렇다 할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던 중국 기업들이 올해 본격적인 설비투자에 나서면서 수년 내 모바일용 OLED, 액정표시장치(LCD)처럼 물량 공세로 가격 경쟁을 부추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중국 최대 TV 기업 중 하나인 TCL은 올 하반기 자회사인 CSOT를 통해 5.5세대 잉크젯 프린팅 OLED 패널 양산을 위한 IT용 OLED 투자를 준비 중이다. CSOT은 아직 8.6세대 OLED에 대한 구체적인 투자 계획을 발표하지 않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올해 안에 발표할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중국 최대 디스플레이 업체인 BOE는 지난해 11월 말 630억위안(약 12조원)을 투자해 8.6세대 OLED 생산라인을 건설하겠다고 발표했다. 현지 보도에 따르면 현재 BOE는 OLED 패널 생산의 핵심 장비인 캐논토키, 선익시스템의 8.6세대 증착기 구입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기업들은 지난해 파산한 일본 JOLED로부터 OLED 생산 장비를 싼 값에 매입해 생산설비를 확충해나가고 있다. 실제 CSOT는 JOLED의 5.5세대 OLED 생산라인 장비를 구매해 자사 생산라인에 이미 적용을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CSOT는 또 올 하반기에는 잉크젯 프린팅 방식으로 OLED 패널을 생산하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잉크젯 프린팅은 프린터처럼 유기물을 분사하는 공법으로, 원하는 픽셀에만 적정량의 유기재료를 주입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재료 사용 효율을 높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한편 중국의 IT용 OLED 설비투자가 본격화하면서 스마트폰 패널에 이어 IT OLED 분야에서도 중국에 추격을 허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 모바일용 OLED 시장에서 지난해부터 한국 기업과 격차를 줄여오던 중국산 패널은 올 들어 한국 기업을 완전히 따라잡았다는 평가다.
중국시장조사업체 치노 리서치(CINNO Research)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기준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등 한국 기업들의 합산 점유율이 53%로 중국 업체들의 합산 점유율(43%)을 약 10% 상회했지만, 올 1분기에는 점유율이 역전돼 중국이 한국에 6.8%포인트(P) 더 앞섰다는 통계가 나오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