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스타트업 생태계의 마중물 역할을 하던 네이버와 카카오가 투자 문을 닫았다. 올 4월까지 이뤄진 투자액이 지난해 전체 투자액의 16%에 불과하다. 벤처캐피털(VC)업계에선 올해 스타트업 투자가 지난해보다 회복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고금리·고환율 장기화와 경기 침체로 투자 심리가 꺾였다.
24일 벤처투자 정보업체 더브이씨에 따르면, 카카오와 네이버의 VC인 카카오벤처스와 네이버 D2SF는 올 4월까지 각각 8개, 1개 스타트업에 투자를 진행했다.
카카오벤처스가 지난해 투자한 스타트업이 14개인 것을 감안하면 올해 투자 대상이 적진 않지만, 투자 액수는 확연히 감소했다. 지난해 14개 스타트업에 약 149억원을 투자했던 것에 반해, 올 4월까지 투자액수는 25억원에 불과하다.
현재 추세대로라면 올해 총 투자액이 100억원에 못 미칠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벤처스는 지난 2016년 이후 매년 수백억원의 투자를 집행했다.
카카오벤처스 관계자는 “투자 금액을 정해놓기보다는 스타트업의 기업가치와 투자 시점에 필요한 금액에 따라 투자를 집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네이버도 마찬가지다. 네이버 D2SF는 지난 2019년 이후 매년 수십 개의 스타트업에 투자했지만, 올해는 현재까지 투자 실적이 1개에 불과하다. 현재 추세대로라면 지난해(6개)보다 못한 수준으로 투자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업공개(IPO) 시장 침체로 엑시트(exit·투자금 회수)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섣불리 스타트업에 대규모 자금을 투자하기가 어렵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VC업계에선 더 이상 국내에 투자할 만한 스타트업을 찾기가 어렵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중소벤처기업부 ‘2023년 창업기업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기술기반 창업은 22만1436개로 전년 대비 3.5%(7980개) 감소했다.
네이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VC가 투자한 스타트업의 평균 생존율이 40%인데, 네이버 D2SF가 투자한 곳은 97% 수준으로 탄탄한 비즈니스 모델을 갖춘 곳에만 투자한다”며 “최근 거시 경제 상황으로 투자가 준 것도 있지만 투자할 만한 우수 스타트업을 찾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존에 투자한 스타트업들과 네이버의 시너지를 찾고 이를 통해 성장을 돕는 역할에 더 집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외부 투자를 확대할 여력도 안 되는 상황이다. 네이버는 올해 AI(인공지능) 기술 고도화와 생성형 AI 서비스 개발을 위해 사상 처음 2조원이 넘는 R&D(연구개발) 투자를 진행할 예정이다. 카카오도 머신러닝과 AI 개발 등을 위해 지난해 약 1조2000억원의 R&D 투자를 진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