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소셜미디어(SNS)로 옮겨 붙었습니다. 미국에서 중국계 동영상 플랫폼 틱톡의 강제 매각이 추진되고, 중국은 앱스토어에서 미국 주요 SNS 앱을 삭제하도록 한 것입니다. ‘국가 안보’를 이유로 서로의 SNS를 퇴출시키려는 미·중의 움직임에 빅테크 기업들은 불똥이 튀지 않을까 긴장하고 있습니다.

틱톡 로고./로이터연합뉴스

지난 20일(현지시각) 미국 하원은 본회의에서 이른바 ‘틱톡 금지법’을 통과시켰습니다. 해당 법안에는 틱톡 모회사인 중국 IT 기업 바이트댄스가 최장 360일 안에 미국 내 틱톡 지분을 매각하도록 강제하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이를 따르지 않을 경우 틱톡은 미국 내 앱스토어에서 완전히 퇴출됩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지지 입장을 밝힌 만큼, 틱톡의 강제 매각은 현실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틱톡은 법안 통과 소식이 전해지자 반발하고 나섰습니다. 틱톡은 21일 성명을 내고 해당 법안에 대해 “표현의 자유를 짓밟았다”면서 “미 하원이 중요한 대외·인도적 지원을 명분으로 미국인 1억7000만명의 표현의 자유를 짓밟는 법안을 다시 강행한 것은 유감스럽다”고 밝혔습니다. 틱톡은 지난 2월에도 강제 매각 법안에 대해 “미국인 수백만 명을 검열하는 것”이라며 비판했습니다.

미국 정치권이 틱톡 강제 매각의 명분으로 내세운 것은 ‘국가 안보’입니다. 틱톡의 모기업이 중국 회사인 만큼, 미국 정부와 의회는 틱톡이 미국인 이용자의 개인정보와 데이터를 중국 공산당에 넘길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앞서 추진된 이번 법안의 원안 이름이 ‘적대국이 통제하는 앱에서 미국인들을 보호하기’였던 것만 봐도, 틱톡에 대한 미국 정치권의 인식이 드러납니다.

사실 미국 입장에서 젊은 세대가 열광하는 틱톡은 눈엣가시 같은 존재일 수밖에 없습니다. 약 3억4000만명에 달하는 미국 인구의 절반이 자신의 일상생활은 물론 미국 내 곳곳을 촬영해 틱톡에 올립니다. 지금의 SNS는 정보 전달은 물론 여론 형성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오는 11월 미국 대선이 예정돼 있는 만큼, 미국 정치권은 틱톡과 중국의 연결고리를 끊어버리는 데 집중할 것입니다.

문제는 중국이 틱톡 매각을 지켜만 보지 않을 것이라는 점입니다. 중국 정부는 최근 중국 애플 앱스토어에서 메타의 SNS 앱인 왓츠앱과 스레드 등을 삭제하도록 지시했습니다. 해당 앱들은 기존에도 중국 내에서 서비스가 불가능했지만, VPN(가상사설망)을 사용해 우회적으로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미국에서 틱톡 퇴출이 추진되는 가운데 VPN을 이용한 이용마저 불가능하게 된 겁니다.

중국 당국의 미국 SNS 퇴출 명분 역시 국가 안보입니다. 애플은 “(중국 당국이) 국가 안보에 대한 우려를 근거로 앱스토어에서 일부 앱을 제거하라고 명령했다”면서 “우리는 동의하지 않더라도 사업을 운영하는 국가의 법률을 따라야 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 같은 중국 정부의 움직임이 틱톡 강제 매각 법안과 무관하지 않다고 분석했습니다.

중국 정부는 그동안 틱톡 강제 매각 법안에 대해 “단호히 반대한다”고 밝혀왔습니다. 미국 상원은 이번 주 내에 ‘틱톡 금지법’을 표결에 부칠 계획인데, 미 언론들은 해당 법안이 초당적 지지를 받는 만큼 상원에서도 통과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IT업계에서는 틱톡이 끝내 강제 매각될 경우 중국 내에서 활동 중인 미국 기업들에게 중국 정부가 더 강력한 보복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경계가 없던 SNS 앱들이 이제 어느 국적인지가 중요해졌습니다. 중국과 국경 문제로 갈등을 겪던 인도는 지난 2020년 일찍이 틱톡을 비롯한 중국 앱 사용을 금지하고 있고, 러시아와 키르기스스탄도 자국 내에서 틱톡 차단을 추진 중입니다. 최근 미국 내에서 알리, 테무 등 중국 e커머스 업체들이 존재감을 키우고 있는 만큼 미·중 갈등이 또 다른 업종의 플랫폼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