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손민균

낸드플래시 수요가 다시 기지개를 켜면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를 비롯해 일본 키옥시아, 미국 웨스턴디지털 등이 최첨단 생산라인을 중심으로 웨이퍼(반도체 원판) 투입량을 늘리고 있다. 하지만 급격히 공급량을 확대할 경우 최근 낸드플래시 가격 상승세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어 제조사들은 경쟁사 동향을 살피며 조심스러운 행보를 보이고 있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메모리 반도체 업계 대규모 적자의 주범이었던 낸드플래시 사업이 완전히 정상화되는 시기를 내년 이후로 보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평택 캠퍼스와 중국 시안 낸드 생산라인의 웨이퍼 투입량을 올 1분기부터 전 분기 대비 약 30% 늘린 것으로 알려졌다. 창사 이래 최저 수준의 가동률을 기록했던 지난해 4분기 최저점을 찍은 낸드 공급량이 올해 들어 정상화되는 추세다.

다만 낸드 시장 점유율 1위인 삼성전자는 신중한 접근 전략을 취하고 있다. 갑작스럽게 공급량을 늘릴 경우 업체간 물량 경쟁이 촉발돼 지난해와 같은 공급과잉 국면이 다시 재현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낸드 시장이 최악의 국면을 지난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완전히 회복됐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실제 삼성전자는 올 2분기부터 하반기까지 분기당 웨이퍼 투입량 상한선을 120만장 수준으로 두고 시황을 관측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의 전체 낸드 생산라인을 100% 가동할 경우 분기 웨이퍼 투입량이 200만장을 상회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당분간 가동률을 50% 수준으로 제한하겠다는 뜻이다.

삼성전자는 이달 말 예정된 1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도 낸드 감산 기조를 지속하겠다는 입장을 밝힐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해 4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도 삼성전자는 D램과 달리 낸드의 경우 주요 고객사들의 재고 과잉 문제가 여전하기 때문에 고강도 감산 기조를 유지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일본 키옥시아와 미국 웨스턴디지털 역시 지난해 3분기와 4분기에 공급량 감축에 돌입한 후 올 1분기부터는 다시 공급량을 확대하는 추세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의 최신 자료를 살펴보면 두 회사의 작년 4분기 웨이퍼 투입량 합산치는 약 102만장 수준이었지만, 올 1분기는 122만장 수준으로 공급량을 20% 정도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시장조사업체 옴디아는 두 회사 역시 현재 수준에서 더 공급량을 늘리지는 않을 것으로 관측했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낸드의 경우 지난해 팔수록 적자를 보는 최악의 시기를 지나면서 주요 기업들간의 암묵적인 합의가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며 “낸드 기업 중 최대 규모의 생산능력을 보유한 삼성이 공급량 확대를 주저하고 있다는 것이 경쟁사의 경영 전략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SK하이닉스 역시 지난해 하반기 이후 낸드 생산에 대해 보수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올해 분기별 낸드 웨이퍼 투입량 상한선을 약 60만장 수준으로 책정했다. 이는 전체 생산라인의 50~60% 수준만 가동하면서 감산 기조를 유지한다는 의미다.

업계에 따르면 주요 증권사들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를 비롯한 주요 제조사들의 낸드 사업 흑자가 올 2분기부터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의 경우 올 1분기 소규모 흑자전환에 성공했을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KB증권은 삼성전자의 낸드 사업이 올 1분기 3050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낸 뒤 4분기까지 성장세를 이어가 연간으로는 영업이익 규모가 3조715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하이투자증권은 올 1분기까지는 삼성전자 낸드 부문이 2270억원의 적자를 낸 뒤 2분기에 영업이익 1조2250억원으로 흑자전환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삼성전자 낸드 사업의 연간 영업이익은 5조5680억원 수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