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가 삼성전자(005930)에 반도체 공장 설립 보조금 64억달러(약 8조9000억원)를 지원하겠다고 15일(현지시각) 발표했다. 이에 삼성전자는 미국 투자를 170억달러(약 23조5000억원)에서 450억달러(약 62조3000억원)로 확대하기로 했다.
지나 러몬도 미 상무부 장관은 전날 브리핑에서 미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첨단 반도체 공장을 짓고 있는 삼성전자에 64억달러의 보조금을 제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미국 정부가 삼성전자에 지원하는 반도체 보조금은 미국 반도체기업인 인텔(85억달러·약 11조8000억원)과 대만 TSMC(66억달러·약 9조1000억원)에 이어 3번째로 큰 규모다. 러몬도 장관은 “바이든 대통령의 ‘인베스트 인 아메리카’ 의제에 따라 또 한 번의 역사적 투자를 기념하게 됐다”며 “이로써 세계 최첨단 반도체가 미국에서 생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이에 화답하듯 현재 170억달러(약 23조5000억원)를 투자해 건설 중인 반도체 공장의 규모와 투자 대상을 확대해 오는 2030년까지 총 약 450억달러(약 62조3000억원)를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기존 투자의 두배가 넘는 규모다. 삼성전자는 2년 전부터 테일러시에 건설 중인 반도체 생산 공장에 더해 새로운 반도체 공장을 건설하고, 패키징 시설과 함께 첨단 연구개발(R&D) 시설을 신축해 본격적인 미국 시장 공략에 나설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첫번째 텍사스 테일러 공장에서 2026년부터 4㎚(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및 2㎚ 공정을 사용한 반도체를 생산할 예정이다. 두번째 공장에서는 2027년부터 첨단 반도체를 양산할 계획이며, 연구·개발 팹도 같은 해 문을 열 예정이다.
삼성전자에 대한 지원은 바이든 행정부가 2022년 8월 제정한 반도체법에 따른 것이다. 이 법은 기업에 반도체 분야의 보조금과 R&D 비용 등 약 530억달러(약 73조3200억원)를 지원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미국 정부는 중국과의 기술 패권 대결이 격화하는 상황에서 첨단 기술의 핵심인 반도체 공급망을 국내로 끌어들이기 위한 경제·안보 전략을 추진해왔다.
미국 정부는 지난달 20일 인텔에 보조금 85억달러와 대출 110억달러를 지원한다고 발표했다. 지난 8일엔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에 보조금 66억달러와 저리 대출 55억달러를 제공하기로 했다.
삼성전자가 받게 될 보조금 64억달러는 대출금을 제외한 순수 보조금으로 비교하면 TSMC보다 약간 적지만, 투자액 대비 보조금 비율(%)로 따지면 인텔과 TSMC를 모두 앞선다. 앞서 인텔은 향후 5년간 1000억달러 규모의 투자를 집행할 예정이고, TSMC는 미국 내 투자 규모를 종전보다 250억달러 늘린 650억달러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를 적용한 투자액 대비 보조금 비율은 인텔이 8.5%, TSMC는 10.2%이지만, 삼성전자는 14%에 달할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 정부 고위 당국자는 “(삼성전자의) 이번 투자에는 2개의 첨단 파운드리 생산 시설과 차세대 반도체 기술 개발을 위한 연구개발 시설, 패키징 시설이 포함된다”며 “1개 생산 시설은 축구장 11개 규모이며, 삼성은 이 같은 시설을 두 개나 건설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당국자는 “삼성은 핵심 연구 개발을 미국에서 수행, 텍사스에서 미래 반도체 기술 개발을 이어갈 것”이라며 “이번 투자로 최소 1만7000개의 건설 일자리가 생기고, 공급망을 포함할 경우 수만개의 일자리 창출이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당국자는 “삼성전자에 대한 투자(보조금 제공)는 첨단 반도체 기술을 미국으로 되돌리기 위한 세번째이자 삼각축의 마지막 완성이 되는 투자”라며 “삼성전자의 400억달러대 투자와 짝을 이뤄 이번 투자는 미국 역사상 대규모 외국인 투자 가운데 하나로 기록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