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반도체인 낸드플래시가 200단대에 이르면서 제조 난도도 높아지자, 생산 수율(정상품 비율) 안정화를 위해 화학기계적연마(CMP) 공정의 핵심 소재인 ‘CMP 패드’가 중요해지고 있다. CMP 공정은 반도체 8대 공정 중 하나로 웨이퍼 표면의 높낮이 차이로 발생하는 불량을 최소화하기 위해 이를 평탄화하는 작업이다. 여러 단의 낸드를 쌓아 올리는 과정에서 생산 수율을 높이고, 칩의 두께를 줄인다. CMP 패드는 면을 가는 사포처럼 웨이퍼 표면을 물리·화학 반응으로 연마한다.
통상 32단 낸드에서는 14회, 64단 낸드에서는 32회 수준의 CMP 공정이 적용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각각 236단, 238단 낸드를 양산하고 있다. 최근에는 D램을 적층해 쌓아올리는 인공지능(AI) 메모리 반도체 고대역폭메모리(HBM)에도 CMP 공정이 확대 적용되고 있다.
지난 9일 경기 화성에 위치한 한국쓰리엠 동탄기술연구소 지하 1층 연구실에 방진복을 입고 에어샤워를 마친 뒤 들어서자 30억원을 웃도는 CMP 테스트 공정 시스템이 눈에 들어왔다. CMP 장비 안에서는 쓰리엠이 직접 제작한 약 75㎝ 크기의 CMP 패드가 고객사의 웨이퍼 표면을 연마하고 있었다. 장비 우측에는 세척을 마친 CMP 패드의 두께와 연마력을 계측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었다.
한국쓰리엠 관계자는 “회사마다 적용하는 공정 방식이 다르고, 제조하는 제품에 따라 별도의 CMP 패드가 적용된다”며 “기술연구소에서는 30여개 종류의 CMP 패드로 고객사에서 요청한 테스트를 진행하고 데이터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 “30여개 종류의 CMP 패드 테스트”
한국쓰리엠 동탄기술연구소는 지난 2008년 축구장 2개 크기인 1만5460㎡(약 4676평) 부지에 지어졌다. 전 세계 반도체 관련 쓰리엠 기술연구소 중 미국 미네소타주 본사, 대만 연구소 다음으로 큰 규모다. 동탄기술연구소에서는 약 150명의 연구개발 인력이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의 소재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쓰리엠은 소비자들에게 접착제, 생활용품 등 소비재를 판매하는 기업으로 알려져 있지만, 지난해 쓰리엠 전체 매출(327억달러) 중 반도체 부문 매출은 29억달러(약 4조원)에 달한다. 현재 쓰리엠 반도체 부문의 대표 제품은 CMP 패드다.
김정민 한국쓰리엠 이사는 “접착제와 같은 B2C(기업·소비자간 거래) 사업 비중은 전체 매출의 10% 이하”라며 “쓰리엠은 반도체 소재 등 B2B(기업간 거래) 사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한국에는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있어 고객사가 요청하는 사안에 신속하게 대응하게 위해 기술연구소를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 “미세복제기술 등으로 3년 내 매출 300% 성장 목표”
지난 2020년 CMP 패드 양산을 시작한 쓰리엠은 아직 시장에서 도전자다. 현재 글로벌 CMP 패드 시장의 80% 이상은 미국 화학소재 기업 듀폰이 차지하고 있다. 쓰리엠은 원천특허 기술인 미세복제기술(MR) 등을 바탕으로 향후 3년 내로 반도체 부문 매출을 300%가량 성장시킨다는 계획이다.
한국쓰리엠에 따르면, 패드 표면의 높이와 형태가 일정하게 나열되는 미세복제기술이 적용된 CMP 패드는 웨이퍼 단차를 균일하게 제거할 수 있어 웨이퍼 평탄화 효율을 경쟁사 대비 30% 가까이 높일 수 있다. 또, CMP 공정에 투입되는 연마 재료인 슬러리에 맞춰 CMP 패드를 설계해 슬러리 소모량을 감소시킬 수 있다. 표면에 적용된 특수 패턴으로 슬러리로 인한 CMP 패드 손상을 줄여 경쟁사 제품 대비 1.5~2배 수명이 길다.
한국쓰리엠 관계자는 “CMP 공정은 20년 동안 반도체 핵심 공정으로 자리 잡으며 고객사별로 공정 방식이나 활용되는 소재가 고착화된 측면이 있다”며 “기존에 사용하던 부품·소재를 사용하려는 경향이 있지만 성능을 앞세운 CMP 패드로 반도체 선단 공정을 중심으로 점유율을 높일 것”이라고 했다.
반도체 공정이 첨단화될수록 결함률을 낮추면서도 평탄화 효율을 높일 수 있는 CMP 패드가 요구되고 있다. 쓰리엠은 매년 매출액의 6% 이상을 연구개발(R&D)에 투자해 CMP 패드 성능 개선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