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뜰폰 업체들이 통신사를 갈아타면 최대 50만원을 지원하는 전환지원금 제도와 정부의 지원 축소 영향으로 생존을 위해 가입자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다. 월 5000원 미만인 저가 요금제 출시가 대폭 늘었고, 일부 업체는 한 달에 110원만 내면 되는 상품까지 선보였다.
9일 알뜰폰 비교 사이트 ‘알뜰폰허브’에 따르면 현재 월 이용료가 5000원 미만인 LTE(4세대 이동통신) 저가 요금제는 130여종이 판매되고 있다. 지난달 50여종이 판매된 점을 고려할 때 2배 이상 늘어난 셈이다.
아이즈모바일은 이달 들어 한 달에 110원을 내고 5개월간 LTE 데이터 3GB(기가바이트), 음성 100분, 문자 100건을 이용할 수 있는 요금제를 판매하고 있다. 지난달 판매된 요금제 중 최저가 상품은 월 500원짜리 모빙 요금제였는데, 이보다 저렴한 상품이 나온 것이다.
이달 알뜰폰 업체가 내놓은 요금제 중 가격 범위가 1000원 미만인 요금제는 13개에 달한다. 전부 4~5개월 이용 후 월 요금이 4000~6000원으로 자동 변경되는 상품이지만, 정해진 약정 기간이 없어 언제든 통신사를 바꾸면 된다.
업계 관계자는 “그간 알뜰폰 업계가 일정 기간 요금을 전혀 받지 않는 ‘0원 요금제’로 가입자를 늘려왔으나, 통신 3사가 지급해 온 보조금이 삭감돼 같은 수준의 요금제를 낼 수는 없는 상태”라며 “알뜰폰 업계가 전환지원금으로 신규 가입자 유입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0원 요금제에 준하는 상품으로 신규 가입자를 최대한 많이 끌어오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에 따르면 지난달 알뜰폰(MVNO)에서 이동통신사(MNO)로 넘어간 가입자 수는 5만1400명으로 올 2월(4만3663명) 대비 17.7% 늘었다.
반면 올해 알뜰폰 업계의 번호이동 순증 규모는 1월 7만8060명, 2월 6만5245명, 3월 4만5371명으로 감소세다. 업계는 통신사 간 번호 이동 시 위약금 지원이 제도화되자 알뜰폰에 비해 다양한 혜택을 누릴 수 있는 MNO 상품을 택하는 이용자가 늘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달 14일 전환지원금 제도 시행 후 통신 3사는 3~13만원 수준의 지원금을 책정했지만, 방송통신위원회의 요청으로 최대 전환지원금이 30만원대까지 높아졌다.
정부의 알뜰폰 업계에 대한 지원 축소도 업체들의 부담을 키울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달 22일 반상권 방통위 시장조사심의관은 전환지원금 지급이 알뜰폰 육성 기조와 배치된다는 지적에 “알뜰폰을 위해서 경쟁을 축소하면 국민 후생이 증대되지 않을 것”이라며 “알뜰폰 업체들의 기초체력을 키우기 위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준비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한석현 서울YMCA 시민중계실장은 “통신 3사도 중간요금제, 3만원대 5G(5세대 이동통신) 요금제 등 중저가 요금제를 꾸준히 출시하며 알뜰폰과의 가격 격차를 조금씩 좁혀나가고 있다”며 “전환지원금의 등장으로 더 많은 알뜰폰 이용자가 통신 3사로 넘어갈 것으로 보여 알뜰폰 업계가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