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올 2분기 들어 D램 웨이퍼(반도체 원판) 투입량을 확대, 사실상 감산 종료 수순을 밟고 있다. 두 회사는 오는 3·4분기부터 가동률을 사실상 100% 수준으로 끌어올려 지난 1년 가까이 진행된 감산을 끝내고 D램 사업을 정상화할 것으로 보인다.
3일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의 최신 리포트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 2분기부터 월평균 D램 웨이퍼 투입량을 59만장에서 60만장 수준으로 상향 조정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전 분기보다 13% 늘어난 것이다.
삼성전자는 올 하반기에 D램 웨이퍼 투입량을 66만장 수준까지 늘려 D램 생산량을 감산 이전 수준으로 회복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에는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기반으로 최신 D램 공정 전환이 이뤄지고 있는 화성 17라인과 평택 생산라인의 웨이퍼 투입량이 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에 정통한 관계자는 “통상 D램 웨이퍼 투입 시점부터 3개월이 지난 시점에 D램 제품이 출하된다는 점을 감안할 때 현시점에 웨이퍼 투입량을 늘린다는 것은 올 하반기 수요가 견조하다는 판단이 확실해진 것”이라며 “하반기에 생산량 기조가 완전히 정상화되면 올 연말부터 실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의 경우 삼성전자에 비해 생산량 증가폭이 작지만, 웨이퍼 투입량을 점차 늘리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다. 옴디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올 1분기 월평균 39만장 수준의 D램 웨이퍼 투입량을 2분기 들어 41만장 수준으로 늘릴 전망이다. 올 하반기에는 D램 웨이퍼 투입량을 45만장 수준까지 늘려 감산 이전 수준으로 가동률을 끌어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D램 시장은 지난해 반도체 수요가 감소하자 평균판매가격(ASP)이 크게 하락하며 부진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D램 3강으로 불리는 제조사들이 급격한 매출 감소를 겪었다. 이후 업체들은 실적 부진에 대응하기 위해 고강도 감산을 단행, 100% 수준의 가동률을 최대 50~60% 수준까지 줄인 바 있다. 마이크론과 SK하이닉스는 지난해 1분기부터,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해 2분기부터 본격적인 감산에 돌입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열린 작년 4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올 상반기까지 감산 기조를 유지하면서 과잉 재고를 일정 부분 해소한 뒤, 올 하반기부터 D램 생산량을 정상화한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당초 전망대로 D램 시장 수요가 되살아나면서 삼성전자는 올 2분기부터 웨이퍼 투입량을 늘려 하반기 수요에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D램 가격 흐름도 양호한 상황이다. D램 고정거래가격은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1월까지 4개월 연속 상승했다. 메리츠증권은 최근 1분기 D램 판가 상승 추정치를 기존 15%에서 18%로 상향 조정했다. 지난해 말 기준 반도체 재고자산(30조9987억원)도 2년 반 만에 감소세로 접어들어 재고 부담이 줄었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올해 1분기의 경우) 계절적 비수기 영향을 받겠지만, 수급 개선에 힘입어 D램과 낸드플래시 ASP가 상승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수익성이 크게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채민숙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D램 공급 제한이 계속되고 있어 반도체 업사이클이 최소 올해 말에서 내년 초까지 유지될 전망”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