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휴대폰 대리점 앞을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연합뉴스

정부가 가계통신비 경감 대책으로 25%로 묶여 있는 선택약정 할인율을 ‘25% 이상’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선택약정 할인을 전기통신사업법으로 이관하는 동시에 할인율을 25% 이상으로 제공할 수 있도록 이동통신사 약관을 손보겠다는 것이다. 통신사를 옮기면 최대 50만원을 지급하는 ‘전환지원금’으로 단말기 할인 폭이 커진 만큼 선택약정 할인율을 늘려야 기존 가입자에게도 혜택이 돌아갈 수 있다는 판단이다.

3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단통법 폐지 후 선택약정이 이어질 수 있도록 이통사 약관에 25% 이상 할인율을 명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달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 발의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근거로 통신사가 25% 이상 선택약정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미다.

선택약정은 2014년 단통법 시행으로 생긴 할인제도다. 휴대폰 가격의 일정 부분을 지원하는 공시지원금과 달리 통신요금의 일정 부분을 할인해 준다. 단통법 시행 직후 할인율은 12%에 불과했지만, 2015년 20%로 뛰었고 2017년에 현재 수준인 25%가 됐다. 선택약정을 선택한 소비자들은 원하는 기간(12·24·36개월)에 맞춰 가입하면 통신요금의 25%를 할인받을 수 있다. 가령 월 10만원 요금제를 선택약정으로 가입할 경우 소비자가 매월 납부하는 통신요금은 7만5000원이 되는 식이다.

◇ 단통법 폐지로 근거 사라진 선택약정… 전기통신사업법으로 이관해 유지

선택약정 제도는 단통법을 근거로 유지됐다. 그런데 정부가 단통법 폐지에 나서면서 법적 근거가 없는 선택약정이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이에 정부는 단통법에 있는 선택약정 근거를 전기통신사업법으로 이관, 선택약정 제도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은 “이용자에게 최소한 25%의 선택약정 혜택이 갈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거듭 밝힌 것도 이런 우려를 종식시키기 위해서다.

과기정통부는 먼저 선택약정 제도를 전기통신사업법으로 이관할 수 있도록 개정안에 ‘공시지원금 대신 요금할인 등 혜택을 제공해야 한다’는 내용을 추가한다. 동시에 사실상 25%로 못 박힌 선택약정 할인율을 25% 이상으로 확대할 수 있도록 할인율 산정 근거를 명시하지 않는다. 할인율을 법으로 못 박지 않고 통신사 약관에 할인율을 명시하도록 한 것이다. 이는 선택약정 할인율을 조정할 때마다 법을 바꿔야 하는 번거러움을 없애 필요에 따라 통신사 약관 만으로 할인율을 조정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국내 휴대전화 가입자의 절반에 해당하는 2600만명이 선택약정을 이용하는 만큼 선택약정 할인율도 함께 올라가야 전환지원금 등 기존 통신 정책의 효과가 더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통신사들이 자율적으로 25% 이상의 약정할인이 가능하도록 조문화하는 것”이라며 “최소 25% 할인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안전장치이기도 하다”라고 했다.

◇ 시민단체 “가입기간 따라 할인율 다르게 적용해야”

시민단체는 선택약정 할인율을 가입기간에 따라 더 확대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가입 초기에는 25% 할인율을 적용하다가 24개월 약정이 끝나 재약정하거나 약정 기간이 더 긴 경우에는 30% 또는 40%로 할인율을 늘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현재 25%로 고정된 선택약정 할인율을 가입기간에 따라 25~40%로 넓혀야 한다”라고 했다. 신규 가입자는 2년까지는 25%, 이후부터 6년까지 30%, 10년까지는 35%, 10년 이후에는 40%식으로 선택약정 할인율을 늘려야 실질적인 가계통신비 인하 효과가 나타난다는 주장이다.

통신 업계는 정부의 이런 움직임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휴대폰 제조사와 함께 부담하는 공시지원금과 달리 선택약정은 통신사가 전부 부담하는 만큼 선택약정 할인율이 오르면 가입자당 평균 매출(ARPU) 등 수익이 악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