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수연 네이버 대표가 지난해 8월 팀 네이버 콘퍼런스 단23에서 ‘생성형 AI 시대, 모두를 위한 기술 경쟁력’의 주제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뉴스1

오픈AI가 이르면 올 여름 생성형 인공지능(AI) 서비스 ‘챗GPT’의 업그레이드를 위한 차세대 초거대언어모델(LLM) GPT-5를 공개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네이버와 카카오는 생성형 AI 시장에서 본게임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올해 생성형 AI 시장이 본격적으로 확대되는 만큼 최수연 네이버 대표와 정신아 카카오 대표 내정자가 올해 주도권 싸움에 가세하지 못하면 경쟁력을 잃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 네이버 ‘클로바X’는 8개월째 베타 서비스

25일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지난해 8월 24일 자체 개발 LLM ‘하이퍼클로바X’를 공개하고, 한국판 챗GPT를 지향한 ‘클로바X’를 출시했다. 하지만 아직 베타 서비스 단계에 머물고 있다. 정식 서비스로 전환 시점은 미정이다.

LLM이란 인간의 언어를 이해하고, 생성하며, 해석하는 데 필요한 인공 신경망의 한 유형으로 생성형 AI의 뼈대 역할을 한다. 네이버는 하이퍼클로바X가 GPT-4 성능에 못 미치는 상황에서 클로바X를 정식 서비스로 전환하고 유료화 서비스를 내놓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국내 오픈소스 LLM 연구팀 ‘해례’가 지난달 공개한 한국판 AI 성능평가 ‘KMMLU’에서 하이퍼클로바X는 오픈AI의 ‘GPT-3.5 터보’와 구글의 ‘제미나이 프로’보다는 높은 점수를 기록했지만, GPT-4보다는 낮았다.

한국어 성능이 앞서지 못하는 상태에서 무료 이용자를 확대하면 자칫 운영 비용만 커질 수 있다. 특히 LLM 모델의 크기와 복잡도가 증가함에 따라 훈련에 필요한 컴퓨팅 자원도 증가하고 있다. LLM 사이즈를 키울수록 더 많은 메모리와 강력한 프로세싱 능력이 필요한 것이 네이버의 고민이다.

엔비디아 H100./엔비디아 제공

엔비디아는 생성형 AI의 학습과 추론에 필수인 그래픽처리장치(GPU) 시장의 80% 이상을 장악하고 있다. AI 전용칩인 ‘H100′은 현재 개당 최대 4만달러(약 5360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생성형 AI의 기반이 되는 학습모델 훈련에 90일 동안 약 8000개의 H100이 필요하다. 엔비디아가 H100보다 성능을 30배 높여 올해 말 출시할 예정인 AI 전용칩 블랙웰은 가격이 최소 5만달러(약 6700만원)에 달할 것으로 업계는 예상했다.

김명주 국제인공지능윤리협회 회장(서울여대 교수)은 “한국어에 최적화한 생성형 AI란 컨셉트만으로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지 의문으로, GPT-5가 나오면 소비자들이 국내 AI 서비스 자체를 찾지 않을 수 있다”며 “국내 AI 기업들은 현재 글로벌 기업에 자본 경쟁력에서 밀릴 수밖에 없기 때문에 엔비디아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하드웨어 기술 자립도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네이버는 엔비디아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삼성전자와 협력해 AI 반도체 공동 개발을 진행 중이다. 상용화 시점은 아직 미정이다.

카카오는 지난해 상반기부터 차세대 LLM ‘코GPT 2.0′ 공개를 예고했으나, 계속 연기되어 현재까지 감감무소식이다. 업계에선 카카오가 이르면 올 상반기 코GPT 2.0을 공개할 것으로 예상한다.

하지만 코GPT 2.0 성능 역시 GPT-4는 물론이고 네이버 하이퍼클로바X보다도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카카오는 LLM 공개 자체에 의미를 두기보다는 카카오톡 등 자사 서비스에 생성형 AI를 최적화해 적용하는 것으로 전략을 수정한 상황이다.

◇ GPT-4 넘는 ‘클로드3′ 등 글로벌 서비스 줄줄이 나와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4일 샌프란시스코 본사에서 한국 스타트업들과 만나 “GPT-5의 성능은 기존 모델에 비해 엄청난 진전을 이룰 것”이라고 밝혔다.

GPT-5는 미국 모의 변호사시험과 대학입학자격시험(SAT) 등에서 ‘사람 이상의 능력’을 보인 GPT-4를 뛰어넘는 수학·과학 문제풀이 능력을 갖춘 것으로 전해졌다. 텍스트뿐 아니라 시청각을 활용해 사용자와 소통하며 이미지·영상까지 생성해 내는 ‘멀티모달(텍스트, 이미지, 영상, 음성을 활용한 학습) AI’의 형태를 띨 것이라는 관측이다.

샘 올트만 오픈AI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14일(현지시각) 미국 실리콘밸리 오픈AI 본사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스타트업 대표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중소벤처기업부 제공

미국 AI 스타트업 앤트로픽도 최근 인간의 평균 IQ(지능지수) 100을 넘어선 것으로 평가받는 ‘클로드3′를 공개했다. 앤트로픽은 아마존과 구글로부터 각각 수조원을 투자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IT 매체 기가진에 따르면 클로드3는 데이터분석가 맥심 로트가 진행한 IQ 테스트에서 인간 평균치인 100을 넘어 GPT-4(85), 제미나이(77.5)를 앞섰다. 클로드3는 다양한 벤치마크 시험에서도 GPT-4와 제미나이를 뛰어넘는 성능을 보였다. 제품군 가운데 가장 성능이 뛰어난 ‘클로드3 오퍼스(Opus)’는 대학 학부 수준의 지식, 대학원 수준의 추론, 기본 수학 등 여러 테스트에서 경쟁사 AI 모델들을 압도했다.

이에 국내 기업들은 B2C(기업과소비자간 거래) 시장에서 글로벌 서비스들과 경쟁이 어려운 만큼, B2B(기업간 거래) 시장을 개척해 승부를 볼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병호 고려대 인공지능연구소 교수는 “국내 기업들의 AI 경쟁력이 글로벌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으로 GPT-5의 출시가 B2C 시장에서 이러한 격차를 더욱 벌릴 수 있다”며 “B2B 특정 영역에서의 집중적인 버티컬 AI 개발과 함께 보안성 등 차별화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회장도 “B2B라고 아직 뚜렷하게 비즈니스 모델이 있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기업 고객을 대상으로 도입에 성공하면 수익 모델을 만들 수 있고 토종 생성형 AI의 명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