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 회사들이 정체된 통신 시장을 넘어 ‘탈통신’으로 돌파구 마련에 나서고 있지만 지난해 연구개발(R&D) 비용에선 증감이 엇갈린 것으로 파악됐다. KT와 LG유플러스의 R&D 지출이 2022년 대비 감소한 반면, 인공지능(AI)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SK텔레콤은 R&D 투자를 늘린 것이다. 통신사들은 AI, 클라우드를 비롯한 신기술 개발에 R&D 비용을 쏟아붓고 있다.
22일 각 사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SK텔레콤의 R&D 비용은 3918억원으로 전년(3743억원) 대비 4.7%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KT의 R&D 비용은 2253억원으로 2.3% 감소했고, LG유플러스의 R&D 비용은 1201억원으로 5% 줄었다.
SK텔레콤의 지난해 매출 대비 R&D 비중은 2.23%로 2022년 대비 0.07%포인트(P) 늘었다. 같은 기간 KT의 매출 대비 R&D 비중은 0.85%로 0.05%P 하락했고, LG유플러스의 매출 대비 R&D 비중은 0.83%로 0.08%P 감소했다.
◇ SKT·KT·LGU+, AI·클라우드 기술 개발 추진
통신 3사는 R&D 비용을 성장성을 확보하기 위한 탈통신, 신사업 추진에 사용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연구개발 담당 조직이 클라우드, AIX(AI 전환), 미디어, 인프라 등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SK텔레콤은 AI 서비스 에이닷에 아이폰 통화녹음, 실시간 번역 서비스 등을 적용해 애플리케이션(앱) 이용자 수를 끌어올렸다. B2B(기업간거래) 고객사를 대상으로는 AICC(인공지능 상담센터) 서비스를 출시, SK렌터카를 고객사로 확보했다. SK텔레콤은 AI가 수초 만에 광고 문구를 제작해주는 AI 카피라이터 서비스도 함께 출시, SK스토아와 베네피아 등을 고객사로 유치했다.
KT는 “기술혁신부문 부서에서 AI 기술과 AI 전환 및 사업 확장을 위한 서비스, 플랫폼 강화를 위한 기술 개발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김영섭 KT 사장은 지난 2월 세계 최대 모바일 전시회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24′에서 “지금은 AI 열차가 막 달려가는 시기로 뛰어가면 아직은 탈 수 있지만 조금만 지나면 탈 수 없다”며 AI 사업 확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LG유플러스도 “클라우드와 AI 데이터 기술 그룹, AI 데이터 엔지니어링, AI 데이터 제품 담당 부서가 기술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5G 시장 포화상태… “신사업 확장 실패하면 6G 시대 고전”
통신 3사는 5G(5세대 이동통신)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며, 신규 가입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해 5G 가입자 수는 2022년 대비 16.9% 늘어난 3280만8121명이었다. 2022년(2805만9343명)에는 5G 가입자 증가율이 2021년 대비 34.1%에 달했던 점을 고려하면 증가세가 줄어든 셈이다. 올해 정부가 가계통신비 경감을 위해 통신사들의 동참을 요구하고 있는 것도 부담 요인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시행령 고시 제·개정을 통해 통신 3사가 최대 50만원의 번호이동 전환지원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했다. 현재 통신 3사는 3만~13만원 수준의 전환지원금을 지급하고 있지만, 방통위가 지속적으로 상향 요청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통신사들이 매년 사상 최대 실적을 내고 있는 상황에서 미래를 위한 R&D 투자를 줄여서는 안된다고 조언한다. 해외의 경우 5G 사업에 적극 나서고 있는 중국 3대 이동통신사 차이나유니콤이 지난 2022년 R&D 비용을 전년 대비 43% 늘렸다.
김병준 가톨릭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통신 사업이 유지·보수 비용이 큰 만큼 다른 기업보다 R&D 투자 비중이 적을 순 있다”면서도 “해외 통신사들도 AI 등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 나서고 있는 만큼 우리 기업들도 기술 개발에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김용희 동국대 영상대학원 교수는 “신사업 확장에 실패해 5G 시대에서 기반을 제대로 만들지 못하면, 다가올 6G(6세대 이동통신) 시대에서도 수익성 확보에 고충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