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정서희

지난해 정부의 통신요금 인하 압박에도 합산 영업이익 4조원을 돌파한 국내 이동통신 3사의 직원 연봉이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최고경영자(CEO) 등 임원 연봉은 낮아졌다. 정부의 규제 강화 움직임과 더불어 통신 시장이 정체된 상황에서 인력 유출은 방어하면서도 내실 경영에 신경을 쓰는 모양새다.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통신 3사는 지난해 실적에 기반해 임원을 제외한 부장급 이하 일반직원의 연봉을 인상했다. SK텔레콤의 지난해 직원 평균 연봉은 1억5200만원으로 전년(1억4500만원) 대비 4.8% 늘었다. 2020년(1억2100만원)과 비교해서는 3년 만에 25.6% 뛰었다.

2022년 직원 평균 연봉이 1억300만원이었던 KT는 지난해 3.9% 늘어난 1억700만원을 지급했다. 2020년(8800만원)과 비교해서는 21.6% 늘어난 수치다. LG유플러스의 경우 지난해 직원 평균 연봉이 전년과 같은 1억100만원으로 유지했다. 이는 2021년 19%, 2022년 7.4% 등 큰 폭의 증가세가 반영된 결과다. LG유플러스는 지난해 직원 연봉이 동결됐지만 2020년(7900만원)과 비교하면 3년 새 27.8%가 올랐다.

SK텔레콤과 KT는 직원 연봉과 임직원 수를 꾸준히 늘리는 상황에서도 최고경영자(CEO)와 임원진의 연봉은 깎았다. 당장은 호실적이 이어질 수 있지만 정부의 규제와 빅테크와의 디지털 생태계 경쟁이 고조되는 만큼 대표를 포함한 임원들이 연봉 삭감으로 위기의식을 다지는 분위기다.

그래픽=정서희

유영상 SK텔레콤 대표는 지난해 급여와 상여금 등으로 20억6500만원을 보수로 받았다. 이는 전년(21억3700만원) 대비 3.4% 줄어든 금액이다. 급여는 1억원 늘었지만, 상여가 1억8800만원 줄었다. SK텔레콤은 지난해 전년 대비 8.8% 늘어난 영업이익(1조7500억원)을 거뒀다. 가입자당 평균 매출(ARPU)이 3만원 이하로 떨어지는 등의 상황을 감안해 상여를 2억원 가까이 낮춰 지급했다. SK텔레콤 미등기임원 91명의 평균 연봉도 1년 전 대비 700만원 낮은 5억1800만원으로 줄었다.

황현식 LG유플러스 대표의 지난해 보수는 급여와 상여를 포함해 17억6000만원이다. 1년 새 5억2000만원이 줄어든 규모다. LG유플러스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7.7% 줄어들면서 상여도 함께 줄였다. LG유플러스 미등기임원 71명의 평균 연봉도 2022년 4억9300만원에서 지난해 4억3800만원으로 5500만원 낮아졌다.

KT의 경우 지난해 9월 취임한 김영섭 KT 대표의 급여와 상여가 5억원 미만으로 공시에서 제외됐다. 통신 3사 중 유일하게 KT의 미등기임원은 평균 연봉이 증가했다. 지난해 미등기임원 77명의 평균 연봉은 5억5200만원으로 전년(4억4800만원) 대비 1억400만원 늘었다. 별개로 지난해 3월 물러난 구현모 전 KT 대표가 퇴직금 19억3500만원을 포함해 총 30억7300만원으로 통신 3사 임직원 중 가장 많은 보수를 받았다.

한편 정년퇴직으로 임직원 수가 자연 감소 중인 KT를 제외한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지난해 임직원 수가 늘었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의 임직원 수는 각각 137명, 312명 증가했다. 반면 KT는 지난해 797명이 회사를 떠났다. 통신 3사의 지난해 말 기준 임직원 수는 3만4569명이다. KT가 1만9026명으로 가장 많았고 LG유플러스 1만263명, SK텔레콤 5280명으로 뒤를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