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대형 게임사들이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신작 출시에 잇따라 나서고 있다. 천편일률적인 MMORPG에 싫증이 난 이용자들의 이탈이 심화되면서 “MMORPG 시대가 저물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지만, MMORPG가 안정적인 ‘캐시카우(수익원)’가 된다는 믿음 때문에 선뜻 손을 떼지 못하는 모양새다.

카카오게임즈가 지난달 레드랩게임즈와 선보인 MMORPG ‘롬(R.O.M)’./카카오게임즈 제공

17일 국내 앱마켓 분석 업체 아이지에이웍스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대형 게임사가 출시한 모바일 기반 MMORPG 5종(아키에이지 워, 프라시아 전기, 나이트 크로우, 제노니아, 아레스: 라이즈 오브 가디언즈) 중 올해 2월까지 앱마켓 매출 순위 10위 이내를 유지하고 있는 게임은 위메이드의 ‘나이트 크로우’뿐이다.

작년 6월 말 나온 컴투스홀딩스의 ‘제노니아’는 출시 직후 매출 순위 13위에 오른 게 최고였고 이후 빠르게 순위가 하락해 지난달 기준 월간 매출 순위 68위에 그쳤다. 카카오게임즈의 ‘아레스’는 출시 초기 매출 순위 3위까지 올랐다가 2개월 여 만에 10위 아래로 떨어졌고, 지난달에는 매출 순위 20위에 머물렀다.

이 같은 추세는 월간활성이용자(MAU) 수 지표를 보면 더 명확하게 드러난다. 5종의 게임 모두 출시 첫 달에는 MAU가 최소 20만에서 최대 40만 이상까지 기록했지만, 수개월 내에 10만명 아래로 떨어졌다. ‘제노니아’의 경우 작년 6월 출시 당시만 해도 MAU가 22만명대에 달했지만, 지난달에는 1만547명까지 주저 앉았다.

MMORPG 매출과 접속자 수가 동반 하락하면서 MMORPG가 한계에 부딪혔다는 평가가 나온다. MMORPG의 빈자리는 ‘리니지’ 시리즈를 제치고 한때 국내 앱마켓 1위를 차지한 중국 게임사의 ‘버섯커 키우기’ 등 방치형과 하이퍼캐주얼(짧은 시간에 간단하게 즐길 수 있는 장르)이 차지했다.

그러나 MMORPG의 부진에도 국내 대형 게임사들은 MMORPG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넷마블은 ‘아스달 연대기: 세 개의 세력’을 다음 달 출시할 예정인데, 이 게임은 드라마 아스달 연대기와 동일한 세계관을 기반으로 아스달, 아고, 무법세력이 아스 대륙을 차기하기 위해 대규모 권력 투쟁을 벌이는 MMORPG 장르다.

다른 주요 게임사들도 MMORPG 신작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카카오게임즈는 지난달 MMORPG ‘롬(R.O.M)’을 선보였고, 위메이드의 ‘레전드 오브 이미르’도 올해 3분기 중 시장에 나올 예정이다. 엔씨소프트는 아마존게임즈와 자사 MMORPG ‘쓰론 앤 리버티(TL)’의 글로벌 출시를 준비 중이다.

중소·중견 게임사들도 예외는 아니다. 아이톡시는 지난달 21일부터 레포르게임즈가 개발한 전쟁 특화 MMORPG ‘라살라스’ 사전예약에 나섰고, 엔씨소프트 출신 게임 개발자들이 만든 앤유는 중세 배경 실사풍 PC MMORPG ‘벨라토레스’ 출시를 위한 마지막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게임사들이 MMORPG를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는 MMORPG가 안정적인 캐시카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캐릭터를 성장시키기 위해 아이템을 사야 하는 게임 구조상 MMORPG는 흥행만 하면 큰 수익을 얻을 수 있다. 엔씨소프트의 경우 지난 2017년 ‘리니지M’ 출시했는데, 해당 게임이 크게 흥행하면서 그해 모바일 매출이 전년도 연간 매출액을 넘어섰다.

MMORPG는 국내 게임사들이 가장 잘 만드는 게임이기도 하다. 국내 1위 게임사 넥슨은 국내 최초이자 최장수 MMORPG인 ‘바람의 나라’를 통해 성공 신화를 써왔다. 엔씨소프트 역시 리니지 시리즈와 함께 성장했다. 각 게임사들이 MMORPG에 투입한 시간과 비용이 큰 만큼, 국내 MMORPG의 수준은 세계 최고다.

한 대형 게임사 관계자는 “덩치가 큰 대형 게임사 입장에서는 대규모 인력 유지, 개발 자금 확보 등을 위해 흥행만 하면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할 수 있는 MMORPG를 포기할 수 없다”면서 “’리니지 라이크’ 게임 홍수로 MMORPG가 외면 받고 있지만, 게임사들의 개발 능력이 뛰어난 만큼 특색 있는 MMORPG가 나오면 다시 이용자들이 모일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