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최근 10년간 투자해 온 애플카 프로젝트와 애플워치용 마이크로LED 사업을 포기한 가운데 애플의 핵심 제품인 아이폰에서도 차별점을 보여주기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의 강민수 수석연구원은 14일 서울 서초구 엘타워에서 옴디아 주최로 열린 ‘한국 디스플레이 컨퍼런스’에서 “그동안 애플은 아이폰 노치(M자 모양 화면)를 다이나믹 아일랜드 화면(알약 모양 화면)으로 바꾸고 베젤(화면 테두리)을 얇게하는 등 디스플레이 모양에서 차별화를 추구해왔다”며 “그러나 애플이 공들이던 ‘언더 패널’ 기술 개발이 계속 늦어지고 있어 차기 아이폰 모델들의 차별화 영역은 더 줄어들 전망”이라고 했다. 언더 패널은 디스플레이 투과율을 조절해 화면 밑 카메라를 숨기는 기술이다. 강 수석연구원은 “애플은 언더 패널을 탑재한 아이폰을 당초 올해 출시할 계획이었으나, 시기가 매년 늦춰지다 최근엔 2027년쯤 적용할 수 있을 것이란 얘기가 나온다”고 했다.
이에 애플은 2026년 폴더블 아이폰을 내놔 변화를 꾀할 계획이었으나, 최근엔 이 전략 또한 바뀌고 있다고 강 수석연구원은 전했다. 가격 책정 문제와 기술 문제 등으로 6인치 폴더블 아이폰이 아닌, 7~8인치 폴더블 제품으로 출시 계획을 선회했다는 분석이다. 강 수석연구원은 “이 크기는 갤럭시 폴드와 비슷해 애플 입장에선 경쟁사 제품을 참고하기 용이하고 설계 공간도 더 확보할 수 있다”며 “이 제품은 아이패드 미니 라인에 배치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애플이 애플워치용 마이크로LED 프로젝트를 중단하는 이유는 복잡한 기술에 따른 비용 상승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옴디아는 진단했다. 강 수석연구원은 “애플이 진행하던 마이크로LED 프로젝트에 따르면 원자재 가격이 300달러에 육박해 시장 경쟁력이 전혀 없다”며 “애플은 시장 리더인 만큼 남들이 다 아는 기술을 쉽게 적용하지 않아, 가격을 낮추면서 완성도가 떨어지는 기술을 제품에 탑재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했다.
옴디아는 이처럼 애플이 지난 10년 이상 집중해오던 연구개발(R&D)를 잇따라 중단하고 생성형 AI 분야로 투자 방향을 급선회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강 수석연구원은 “애플은 그간 투 트랙 전략으로 모바일 기기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디스플레이 기술 개발과 신사업 개발 프로젝트에 몰두해왔다”며 “그러나 최근 생성형AI에 투자한 업체들이 손쉽게 시장 지배력을 높여가고 있는 상황에서 애플도 더 이상 불필요한 지출을 멈추고 투자 방향을 바꾼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 수석연구원은 “애플카 프로젝트에는 130조원 이상, 애플워치용 마이크로LED 프로젝트엔 30조원 이상을 투자해왔으나 지금으로선 경쟁력이 없다는 판단에 이른 것”이라며 “다만 마이크로LED는 향후 잠재력 있는 기술이 나올 경우 애플이 충분히 재진입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