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AI 사무실에서 직원들이 대화하고 있는 모습./오픈AI 웹사이트 캡처

국내 인공지능(AI) 스타트업 14곳이 14일(현지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 오픈AI 본사에 모입니다. AI 반도체 스타트업 ‘퓨리오사AI’와 자동차 반도체 스타트업 ‘보스반도체’를 비롯한 토종 업체들이 AI 핵심 기지에서 그간 갈고 닦아 온 기술력을 뽐낼 예정입니다. 모두 오픈AI가 협업 잠재력을 보고 직접 고른 기업들입니다.

‘챗GPT’ 개발사인 오픈AI는 이날 업체들의 발표를 토대로 협업 여부를 결정합니다. 오픈AI는 중소벤처기업부·창업진흥원이 제안한 K-스타트업 협업 프로그램에 동참하기로 하고, 지난해 12월 한국에서 협업 프로그램에 지원한 220개 스타트업 중 14곳을 선발했습니다. 오픈AI가 해외 정부 기관과 이런 협업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건 한국이 처음이라고 합니다. 국내 유망 스타트업을 더 넓은 시장에 알리려는 중기부와 성장 가능성 있는 미래 기술을 확산시키고자 하는 오픈AI의 목적이 맞아떨어진 겁니다.

오픈AI가 1차로 선별한 14개 업체 명단을 보고 우리 정부 담당 실무자들은 놀랐다고 합니다. 오픈AI와 관련이 없어 보이는 기업들도 상당수 포함됐기 때문입니다. AI 한국어 교육 서비스를 개발하는 런코리안인코리안, 탄소 배출 데이터 수집·분석 솔루션 업체 마리나체인, 슬립테크 스타트업 에이슬립, 탄소맵을 구축해 에너지 사용량을 관리하는 나인와트 등이 이름을 올렸습니다. 창업진흥원 관계자는 “당장 매출이 크지 않거나 국내에서 유명하지 않은 곳이 뽑혀 의외라는 대내외 평가가 많았다”고 했습니다.

오픈AI는 평가 기준을 밝히지 않았습니다. 다만 업계에선 오픈AI가 사업에 당장 활용할 기술보다는 신기술로 더 나은 인류의 삶을 만들겠다는 회사의 이상향에 부합한 곳을 택한 것이란 해석이 나옵니다. 물론 오픈AI 개발자들이 직접 심사에 참여, 기술 수준 만큼은 꼼꼼히 살폈을 것이란 의견이 우세합니다.

이번 프로그램에 지원한 한 스타트업 대표는 “오픈AI가 협업 가능성을 타진하는 기준이 통상 국내 대기업들의 기준과 많이 다르다는 걸 느꼈다”면서 “투자를 끌어내기 위한 보여주기식 성과가 아닌 기술 개발에 매진하는 게 스타트업의 본질이라는 일침을 들은 느낌”이라고 말했습니다.

국내 14개 스타트업은 경쟁력을 증명해 오픈AI와의 협업을 이뤄내겠다는 포부를 보였습니다. 퓨리오사AI는 올 하반기 나올 2세대 AI 반도체를 비롯해 구체적인 로드맵을 설명하고, 보스반도체는 오픈AI의 AI 튜닝 맞춤형 칩(SoC)을 설계한다는 내용의 계획을 발표할 것으로 보입니다.

심사는 전적으로 오픈AI 직원들이 맡습니다. 심사위원 2명 이상이 내부 기준에 따라 정량적인 점수를 내고, 상위 10개 내외 업체와 추후 협업 논의에 돌입합니다. 우리 정부는 오픈AI와의 협업 프로그램에 최종 선정된 업체에 최대 2억원의 사업화 자금을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오픈AI와의 협업을 시작으로 국내 스타트업들이 세계 무대에서 새로운 기회를 잡을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