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통신비 부담 완화를 위한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시행령 개정안 시행을 앞두고 알뜰폰 업계의 출혈 경쟁이 시작됐다. 정부가 이동통신 번호를 이동하는 가입자에게 위약금 등의 명목으로 최대 50만원의 전환지원금 지급을 허용하면서 자금력이 약한 알뜰폰이 가입자를 뺏길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13일 알뜰폰 비교 사이트 ‘알뜰폰허브’에 따르면 월 이용료가 5000원 미만인 알뜰폰 저가 요금제는 200여종이 판매되고 있다. 지난해 말(100여종) 대비 3개월 만에 2배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이는 전체 알뜰폰 요금제(800여종)의 25%에 해당하는 규모다.

저가 요금제는 월 이용료가 3000원 미만인 요금제가 대부분이다. 매월 2000~3000원만 내면 LTE(4세대 이동통신) 데이터 4~6기가바이트(GB)를 쓸 수 있는 요금제다. 알뜰폰 업체들이 저가 요금제 판매에 주력하는 건 지난해 상반기 경쟁적으로 판매했던 ‘0원 요금제’를 제외하면 이례적이다.

◇ 가입자 확보 위해 ‘500원·990원’ 요금제 전면 배치

알뜰폰 업체들이 그동안 주력했던 요금제는 월 1만~1만5000원을 내면 LTE 데이터 10GB를 쓸 수 있는 ‘LTE 10GB’ 요금제다. 가입자 1명당 3000~4000원의 월평균 매출(ARPU)을 낼 수 있으면서도 통신 3사와 직접 경쟁하지 않아도 돼 가성비를 중요시하는 소비자들을 공략할 수 있었다. 그런데 올 들어 알뜰폰을 찾는 소비자가 눈에 띄게 줄어들면서 알뜰폰이 저가 요금제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알뜰폰 업체 모빙이 판매 중인 월 500원 LTE 요금제 소개 자료./모빙 제공

일부 알뜰폰 업체들은 월 300원, 월 990원의 초저가 요금제를 내놓으면서출혈 경쟁에 불을 붙였다. 모빙이 판매 중인 ‘모빙 100분 1G’ 요금제가 대표적이다. 모빙은 6개월간 월 300원만 내면 음성 100분, 데이터 1GB를 쓸 수 있는 요금제를 판매 중이다. 더 많은 데이터가 필요하면 월 500원을 내고 데이터 3GB를 쓰면 된다. 프리티의 ‘심플 150분 1G’ 요금제도 비슷하다. 7개월 동안 음성 150분, 데이터 1GB를 990원에 사용할 수 있다. 두 요금제 모두 무약정으로 언제든지 해지할 수 있으며, 위약금도 없다.

상대적으로 마케팅비가 풍부한 통신 3사 알뜰폰 자회사들은 공격적으로 사은품을 내세우고 있다. SK텔레콤의 알뜰폰 자회사인 세븐모바일은 구매 후기를 작성할 경우 최대 30만원의 네이버페이 포인트를 제공한다. LG유플러스의 자회사인 헬로모바일은 유심 요금제에 가입할 경우 최대 63만원 상당의 신세계상품권을 선물로 준다. 이들 업체들은 1만원 이상의 가입비와 유심비도 받지 않는다.

◇ 통신사 전환지원금 지급 가능해지자 알뜰폰에 가는 지원금 줄어

알뜰폰 업체들이 출혈 경쟁에 나선 배경에는 통신사를 옮길 때 최대 50만원을 줄 수 있도록 하는 단통법 시행령 개정이 있다. 통신사들은 그동안 단통법 제재로 중저가폰과 요금 시장 경쟁을 사실상 알뜰폰에 맡겼다. 돈이 되는 5G(5세대 이동통신) 가입자와 프리미엄폰 가입자는 직접 챙기면서 중저가폰과 중저가 요금제는 알뜰폰에 위임하는 식이다.

통신사들은 자사 통신망 사용자를 늘리기 위해 알뜰폰에 가입자 1명당 30만원 정도의 지원금을 제공했다. 휴대폰 대리점에서 가입자를 유치할 때 지급하는 장려금과 같은 개념이다. 하지만 정부의 단통법 시행령 개정으로 통신사가 전환지원금을 가입자에게 직접 지급할 수 있게 되면서 알뜰폰 업체로 돌아가는 지원금은 자연스럽게 줄어들게 됐다. 알뜰폰이 오는 15일 단통법 시행령 개정안 시행에 앞서 출혈 경쟁을 벌이는 이유다.

알뜰폰 업체들은 알뜰폰 사업이 생존 위기에 빠지면서 통신 3사의 과점 구조가 더 강화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출혈 경쟁으로 알뜰폰 가입자 수가 단기적으로 늘어날 수 있지만, 지속적인 전략이 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알뜰폰 업체 한 관계자는 “정부의 단통법 시행령 개정안으로 알뜰폰 사업은 고사 위기에 빠졌다”라며 “언제까지 이런 출혈 경쟁이 갈지는 미지수”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