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1년 넘게 공급과잉 국면 속에서 원가 수준에 판매했던 낸드플래시 가격을 최대 20% 인상할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들어 수급이 정상화되고 있는 낸드플래시 사업 손실을 줄이기 위해 대형 고객사들과 재협상을 추진해 제값을 받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주요 모바일, PC, 서버 고객사들과 올해 3~4월 중에 가격 재협상에 나설 예정이다. 15~20% 수준의 가격 인상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아직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대형 메모리 반도체 제조사와 고객사들의 1분기 가격 협상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은 상황”이라면서도 “하지만 임시 가격으로 납품되는 낸드플래시 가격이 지속적으로 인상되고 있으며, 낸드플래시 감산이 올해도 지속될 것이라는 불안감이 퍼지면서 고객사들이 서둘러 물량 확보에 나서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낸드플래시 시장은 지난해 수요 부진과 공급 과잉으로 인한 재고 증가 문제로 최악의 시기를 보냈다. 지난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낸드플래시 사업에서 기록한 영업적자만 각각 11조원, 8조원에 육박한다. D램과 달리 낸드플래시의 경우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미국 마이크론뿐만 아니라 일본 키옥시아, 미국 웨스턴디지털 등 공급업체가 많기 때문에 주요 기업들의 감산에도 시황이 좀처럼 정상화되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이 가동률을 50% 아래로 하향 조정하는 고강도 감산을 진행하면서 점점 수급 균형이 맞춰지기 시작했다. 지난해 4분기부터는 원가 수준에서 판매되던 낸드플래시 가격이 조금씩 상승 흐름을 보이고 있다.
실제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낸드플래시 가격은 5개월 연속으로 오름세를 기록하고 있다. 낸드플래시 메모리카드·USB용 범용제품(128Gb 16Gx8 MLC)의 고정거래 가격은 지난 1월 4.72달러로 전월 대비 8.87% 상승했다. 지난달에도 3.82% 상승한 4.90달러를 기록했다.
트렌드포스는 “전통적인 비수기 시즌임에도 구매자가 안전한 재고를 확보하기 위해 낸드플래시 제품 구매를 계속 늘리고 있다”며 “공급업체들은 손실 최소화를 목표로 가격 인상을 추진하고 있으며, 올 1분기 낸드플래시 고정거래 가격은 15~20% 인상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력 매출원인 D램 사업의 훈풍에 이어 골칫거리였던 낸드플래시 사업 역시 부활 조짐을 나타내면서 국내 증권가에서는 올해 1분기 삼성전자 메모리 반도체 사업이 2022년 3분기 이후 6개 분기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KB증권은 올해 1분기 삼성전자 메모리 사업부가 1조1000억원 수준의 영업이익을 달성할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