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의 IT서비스 계열사 롯데정보통신이 28년 만에 사명을 바꾸고 신사업을 본격 추진한다. 롯데그룹의 전산 업무를 담당한다는 이미지에서 벗어나 인공지능(AI)·메타버스·자율주행 등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디지털 혁신, ‘이노베이트’를 도모하는 기업으로 체질 개선에 나서겠다는 포석이다. 작년 말 취임한 고두영 대표는 올해 신사업 분야에서 성과를 내기 위해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 메타버스·전기차 충전 회사 인수… 자율주행으로 영역 확장
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롯데정보통신은 오는 21일 정기주주총회에서 사명을 롯데정보통신에서 롯데이노베이트로 변경하는 안건을 상정할 예정이다. 아울러 사업 목적에 ‘자율주행자동차를 활용한 유상운송 사업’도 추가한다. 롯데그룹의 주력 사업인 유통과 화학이 부진한 가운데 롯데정보통신이 보폭을 확장하며 그룹 내 입지도를 확대하는 셈이다.
롯데정보통신이 사명을 바꾸는 것은 1996년 창사 이후 28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이 회사는 지금까지 시스템통합(SI), 시스템 운영(SM) 업무로 성장해왔다. 매출은 2021년 9300억원, 2022년 1조477억원 수준에서 작년 1조1967억원까지 늘었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570억원 수준이다. 시스템통합 사업 비중이 전체 매출의 약 85%, 시스템 운영 사업이 약 15%를 차지한다.
최근 들어선 신사업에 힘을 쏟고 있다. 2021년 메타버스 전문회사 비전VR, 2022년에는 전기차 충전 전문회사 이브이시스(EVSIS)를 인수했다. 롯데정보통신은 비전VR을 인수한 뒤 칼리버스로 사명을 바꾸고, 사명과 동일한 이름의 메타버스 플랫폼 ‘칼리버스’를 선보였다. 칼리버스의 공식 출시는 올해로 예정돼 있어 매출에 반영되는 것은 올해 2분기 이후가 될 것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이브이시스의 경우 작년 매출이 804억원으로 전년 대비 64.4% 증가했다.
작년 말 선임된 고두영 대표는 롯데정보통신에서 전략경영본부장(2019년), DT사업본부 스마트시스템부문장(2020년), DT사업본부장(2020~2022년), SM사업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 칼리버스, 롯데그룹 유통·쇼핑·엔터 채널 활용 가능
칼리버스는 올해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IT 전시회 ‘CES 2024′에서 첫 선을 보였다. 칼리버스는 터치, 시선, 음성에 반응하는 ‘딥-인터랙티브(Deep Interactive)’ 특허 기술을 기반으로, 이용자들과 양방향 소통이 가능한 VR 콘텐츠 제작이 강점이다.
이브이시스는 올해 북미와 일본, 인도네시아 등에 진출해 글로벌 사업을 확장할 예정이다. 이브이시스는 글로벌 진출을 위한 충전기 인증을 지난해 모두 획득했다. 인도네시아의 전기차 충전 인프라 사업도 수주했다. 국내 전기차 충전소 인프라도 확대할 전망이다. 작년까지 4000기 이상의 충전기를 구축·운영하고 있었는데 올해 말까지 이를 7500기 규모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자율주행도 롯데정보통신이 추진하고자 하는 미래 사업 중 하나다. 롯데정보통신은 자율주행 사업을 위해 자율주행 로봇 서비스 업체 뉴빌리티와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뉴빌리티와 함께 공장이나 빌딩, 외곽 등을 저속 주행하며 시설물의 보안 및 안전 이상 징후를 탐지하는 사물인터넷(IoT) 디바이스 기반 로봇을 개발하겠다는 목표다. 뉴빌리티는 자율주행 소프트웨어와 무인 이동체를 개발하고, 롯데정보통신은 현장의 물리보안 구축 데이터를 공유하고 IoT 기반 물리·산업안전 디바이스를 제공하겠다는 계획이다.
롯데지주는 오는 28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열리는 주주총회장 앞에 롯데정보통신이 발굴 중인 신사업 위주로 전시관을 마련할 예정이다. 롯데지주는 작년 주총에서도 메타버스 플랫폼, 미래형 자율주행 셔틀, 전기차 충전 플랫폼 등을 체험해볼 수 있는 전시관을 조성한 바 있다.
김소혜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롯데정보통신은 본업인 IT서비스 분야 실적 성장세가 예상보다 가파르다”며 “자회사 이브이시스 매출은 대외 프로젝트가 본격화되며 올해 20%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상반기 정식 오픈을 앞두고 있는 자회사 칼리버스가 유통·쇼핑·엔터 등 그룹사 채널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수익화 가능성이 높다”며 “유저들의 체류 시간을 높이기 위한 기술적 기반 및 콘텐츠가 갖춰져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