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올해 주력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 라인업에 삼성 퀀텀닷(QD) OLED 패널과 LG W(화이트) OLED 패널을 혼용하기로 결정하면서 소비자 혼선이 우려된다. 동일한 인치대의 TV 제품군에 서로 다른 서브픽셀 구조의 디스플레이 패널이 사용되면서 같은 TV 제품에도 화질 차이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QD-OLED TV의 비교우위를 내세우며 LG의 WOLED 기술을 평가절하해 왔던 삼성전자의 TV 사업 전략이 ‘자가당착’에 빠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 OLED TV 라인업의 주력 제품인 ‘S90D’ ‘S95D’에 삼성디스플레이 QD-OLED와 LG디스플레이 W-OLED 패널을 혼용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가 자사 주력 TV 제품군에 기술 유형이 다른 2가지 패널을 혼용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삼성전자 측은 패널 종류에 따라 모델명을 다르게 기입해 소비자 혼선을 막겠다는 입장이지만, 유통 채널에서는 통상 인치대로 TV 제품을 구분해 마케팅 전략을 짜기에 모델명에 따른 구분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OLED 패널은 어떻게 빛을 비추고 색을 재현하며 어떤 종류의 TFT(박막트랜지스터) 구조를 가지는지에 따라 OLED, WOLED, QD-OLED 등으로 종류가 나뉜다. LG디스플레이가 생산하는 WOLED의 경우 수평으로 증착된 유기재료에 전류가 흐르면서 각각의 적색·청색·녹색(RGB) 소자가 직접 발광과 발색을 자체적으로 구현한다. 흰색을 OLED로 구성해 백라이트가 필요 없다고 알려져 있다. 이로 인해 상대적으로 두께가 얇고, 변형을 시킬 수도 있으며, 빛의 표현 범위도 넓다.
반면 QD-OLED는 백라이트 없이 스스로 빛을 내는 OLED와 퀀텀닷(QD)의 장점을 결합한 패널이다. 일반적으로 LCD(액정표시장치) 패널은 색을 표현하는데 적색·청색·녹색(RGB) 3가지 색을 활용한다. 삼성이 개발한 QD-OLED는 이중 청색을 자체 발광하는 OLED로 구성하고 나머지는 퀀텀닷을 사용하는 기술이다.
업계 관계자는 “WOLED 패널은 WRGB 서브픽셀 구조를 가지고 있는 반면 QD-OLED 패널은 삼각형 RGB 서브픽셀 배열을 사용한다”며 “전문가들의 정밀 화질 리뷰에서 이러한 불일치가 성능 차이를 초래한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QD-OLED TV는 WOLED와 달리 흰색 서브픽셀에 의해 희석 효과가 없기 때문에 색재현력이 더 높은 반면 WOLED의 경우 흰색 서브픽셀이 하이라이트와 HDR(High Dynamic Range) 같은 것에 특히 중요한 흰색을 표시하는 데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과거 LG전자의 WOLED 패널 방식 OLED TV를 공격해 왔던 삼성전자가 주력 TV 라인업에 WOLED를 채용한 것을 두고 자가당착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2013년 삼성전자는 OLED TV 시장에서 철수한 이후 LCD 기반의 QLED TV에 주력하면서 LG전자 OLED TV의 번인(Burn-in) 문제를 집요하게 지적해 왔다. 번인이란 디스플레이에 사용된 일부 소자가 수명을 다하면서 화면에 잔상이 남는 것을 말한다.
삼성전자 TV 사업의 명확한 리더십이 부재하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지난 2020년 CES에서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은 “삼성전자는 OLED TV 사업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이후 3년간 OLED TV 시장이 급성장하며 삼성은 방침을 바꾸고 OLED TV 시장 재진출을 선언했다. 세계 TV 시장 수요가 정체된 상황에서 프리미엄 TV로 각광받고 있는 OLED TV 수요를 외면하기가 어려웠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