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정서희

서울에 거주하는 40대 주부 최영숙씨는 ‘통신요금이 싸진다’는 단통법 폐지 관련 소식에 집 근처 이동통신 대리점을 찾았다가 돌아섰다. 연령 조건, 결합 할인, 기본 사용 데이터, 추가 데이터 이용 속도 등 복잡한 계산 방식이 통신사마다 다르고, 당장 번호이동 혜택이 주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최씨는 “정부가 요금을 낮춘다고 하는데 여전히 통신요금이 복잡하고 어렵다”라며 “대리점 직원도 ‘단통법 시행령이 시작될 때까지 조금 더 기다렸다가 바꾸는 게 낫다’고 권해서 이달 말에 다시 가볼까 한다”라고 말했다.

정부가 통신사를 옮길 때 최대 50만원을 줄 수 있도록 하는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고시를 입법예고하면서 통신요금 인하를 기대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최씨와 같이 통신요금을 설계하는 게 복잡하고 어렵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무엇보다 정부가 단통법 폐지에 앞서 시행령 개정으로 만든 전환지원금(번호 이동 최대 50만원 지원) 혜택을 어떻게 볼 수 있는지 궁금해 하는 이들이 많다. 정부가 추진하는 전환지원금 혜택을 잘 받는 방법을 정리해봤다.

① 단통법 시행령 관보 게재, 3월 15일 이후 바꿔야

정부는 단통법 폐지 계획을 밝혔다. 하지만 국회를 통과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걸린다. 단통법 폐지에 대한 여야 이견이 없어 보이지만, 오는 4월 총선 등을 감안하면 올해 상반기 내에는 힘들 수 있다는 게 전반적인 평가다. 이에 정부는 단통법 시행령을 개정해 통신사 간 경쟁 활성화를 촉진, 통신비 부담을 낮추겠다는 계획이다. 시행령에 예외 조항을 두고 이를 구체화한 고시를 만들어 통신사 간 지원금 경쟁이 일어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시행령 개정안은 지난달 22일 입법예고 후 27일 방송통신위원회 의결, 29일 차관회의를 거쳐 이달 6일 국무회의에서 통과했다. 하지만 국무회의를 통과했다고 바로 시행되는 게 아니다. 오는 11일까지 각계 의견을 수렴하고, 의견에 따라 고시 제정안을 정비해 오는 14일 관보에 게재한 후에야 본격적으로 시행된다.

정부의 단통법 시행령 개정안이 관보에 게재되면 통신사는 오는 15일부터 최대 50만원에 달하는 전환지원금을 줄 수 있게 된다. 물론 통신사가 15일이 됐다고 의무적으로 전환지원금을 지급해야 하는 건 아니다. 마케팅 전략에 따라 15일에 곧바로 전환지원금을 지급하지 않을 수도 있다. 번호이동을 계획하는 통신사의 전환지원금 지급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② 통신사별 ‘위약금+유심비’ 등 전환지원금 비교 필수

통신사가 지급하는 전환지원금은 무엇일까. 전환지원금은 옮기고자 하는 통신사가 위약금과 유심비를 대신 납부해 주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쉽다. 그동안은 단통법에 따라 통신사가 번호이동 위약금을 대신 납부할 수 없었다. 가입 유형별 차등 지급을 단통법이 금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단통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통신사는 가입자의 번호이동 위약금을 대납할 수 있게 됐다. 가령 SK텔레콤 가입자가 KT로 번호를 이동을 할 때 KT가 가입자 대신 전환지원금 명목으로 약정 위약금을 대신 지급하는 식이다.

정부는 전환지원금 규모를 최대 50만원으로 상한선을 정했다. 하지만 실제 가입자들이 받는 전환지원금은 이에 못 미칠 것으로 보인다. 약정 기간에 따라 발생하는 위약금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가입자 입장에서는 조금이라도 더 많은 전환지원금을 주는 통신사를 선택하는 게 유리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이 납부해야 하는 위약금을 먼저 확인할 필요가 있다.

가령 약정 기간이 11개월 남아 위약금이 30만원 발생한다면 7000~8000원 정도하는 신규 유심비를 포함해 최소 31만~32만원 이상의 전환지원금을 받아야 이득이다. 40만원 이상의 전환지원금을 받는다면 휴대폰 할부 비용을 줄일 수 있다. 반대로 위약금보다 적은 전환지원금을 받을 경우 ‘이전 통신사 요금’ 명목으로 추가 요금을 내야할 수도 있다. 본인에게 부과되는 위약금을 정확히 알아야 그보다 많은 전환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

③ 전환지원금·공시지원금 별도 구분 확인 필요

통신사가 지급하는 공시지원금도 꼼꼼하게 확인해야 한다. 통신사 입장에서는 그동안 지급하지 않았던 전환지원금을 정부 방침으로 새롭게 지급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전환지원금의 상한선은 50만원이다. 통신사가 50만원이 넘지 않는 한도에서 재량으로 책정해 줄 수 있다는 의미다. 다만 가입자의 위약금과 유심비는 사실상 정해져 있다. 전환지원금을 줄여서 주기는 쉽지 않다는 의미다.

비용이 늘어난 통신사 입장에서는 수익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전환지원금을 새롭게 지급하는 만큼 공시지원금을 낮추는 전략을 취할 수 있다. 전환지원금이라는 명목으로 30만원을 지급한 만큼 공시지원금을 30만원 낮춰 비용을 맞추는 식이다. 이런 경우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통신사가 지급하는 지원금 총액을 보는 대신 전환지원금과 공시지원금을 별도로 구분해 따져볼 필요가 있다.

번호이동 가입자는 정부의 시행령 개정으로 전환지원금 50만원에 공시지원금 50만원을 더한 총 100만원 정도를 받을 수 있게 된다. 10만원 이상 고가 요금제를 이용할 경우 선택약정(요금 25% 할인)을 선택하면 최대 110만원(24개월 기준 총 요금 할인 60만원+전환지원금 50만원) 정도를 지원받게 된다. 물론 이전 통신사와의 약정이 끝나 위약금이 없거나 e심을 사용할 경우 전환지원금은 받을 수 없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 정부 전환지원금 허용

방통위가 행정예고한 단통법 시행령 개정안에 따른 ‘이동통신사업자 변경 시 번호이동 전환지원금 지급 기준(고시)’는 통신사가 사업자를 변경하는 번호이동 고객에게 위약금, 유심 카드 발급 비용 등 번호 이동 전환지원금을 50만원 이내에서 지급할 수 있다. 전환지원금은 공시지원금과 별도로 지급된다.

통신사는 그동안은 신규 가입·기기 변경·번호 이동에 동일한 지원금을 지급해야 했지만, 이번 개정으로 지원금을 차등 지급할 수 있게 됐다. 이는 신규 가입이나 기기 변경 가입자는 아무런 혜택을 받을 수 없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다만 국내 휴대폰 가입자 수가 인구 수를 넘어서는 5616만명(지난해 말 기준)에 달하고, 통신사 가입자의 90%가 번호 이동인 만큼 대부분의 국민들이 혜택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반대의 목소리도 있다. 시민단체인 서울YMCA의 비판 성명이 대표적이다. 서울YMCA는 신규 가입·기기 변경 가입자와의 차별, 알뜰폰 사업자 피해 우려, 전환지원금 상한선 50만원 근거 부족 등을 이유로 정부의 전환지원금 허용을 반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