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7일 유럽연합(EU)에서 전면 시행되는 빅테크 규제법안인 '디지털시장법(DMA)'을 앞두고 빅테크들이 서비스에 변화를 주고 있다./AFP연합뉴스

이달 7일 유럽연합(EU)에서 전면 시행되는 빅테크 규제법안인 ‘디지털시장법(DMA)’을 앞두고 구글이 해당 지역 내 특정 검색 결과를 표시하는 방식을 변경할 예정이다. 구글은 EU 온라인 소비자들에게 더 많은 비교 사이트 링크와 사용자 데이터에 대한 추가 동의 배너를 제공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구글은 크롬에서 검색 엔진과 브라우저를 위한 추가 선택 화면도 약속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더 이상 유럽 내 윈도 고객에게 빙 인터넷 검색도구를 기본으로 제공하지 않는다. 애플은 유럽에서 아이폰과 아이패드 이용자에게 처음으로 타사의 경쟁 앱스토어와 결제 시스템에 대한 접근 권한을 부여할 예정이다.

수십년간 애플, 아마존, 구글, MS, 메타 등 빅테크 기업이 특별한 규제 없이 전진해 왔다. 하지만 빅테크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유럽, 미국, 중국, 인도, 캐나다, 한국, 호주 등에서 이들에 대한 규제 활동, 입법, 법적 소송이 늘고 있다. 결국 빅테크들은 유럽을 중심으로 비즈니스 모델, 거래 방식, 데이터 공유 관행 등에 변화를 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빅테크들은 곧 시행될 DMA를 앞두고 변화를 주고 있다. 업계에서는 DMA만큼 빅테크에 많은 변화를 강요한 법은 없다고 평가한다. DMA는 2022년 통과돼 빅테크 기업이 연동 서비스와 막대한 자금력을 이용해 사용자를 묶어두고 경쟁자를 제압하는 것을 금지한다. 이 법은 온라인 광고부터 앱 결제 방식에 이르기까지 빅테크의 모든 서비스에 영향을 미친다. 위반 기업은 전 세계 매출의 최대 20%에 달하는 벌금을 부과받을 수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전 세계적으로 거대 기술 기업을 통제하기 위한 전환점(tipping point)이 마침내 기울어졌다”며 “이러한 변화는 거주 지역에 따라 소비자가 경험하는 빅테크 서비스가 점점 더 달라질 것임을 의미한다”고 평가했다.

규제로 변화를 맞이한 대표적 기업은 애플이다. 애플은 한때 전 세계서 동일한 애플리케이션 마켓인 ‘앱스토어’ 정책을 유지했지만, 이달부터 EU에서는 정책을 바꾼다. 자사 앱스토어가 아닌 다른 앱 마켓에서 앱을 내려받을 수 있도록 하고, 인앱 결제 외 외부 결제 시스템도 허용한다. 앞서 애플은 또 다른 EU 법률 때문에 아이폰 충전기의 독점 디자인(라이트닝)을 포기하기도 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4일(현지시각)에도 애플이 음악 스트리밍 앱 서비스와 관련해 반독점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18억4000만유로(약 2조70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유럽에서는 2022년 디지털서비스법(DSA)에 따라 18세 미만의 인스타그램, 틱톡, 스냅챗 사용자에게는 더 이상 개인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광고를 허용하지 않는다. 전 세계 다른 국가의 청소년들이 동일 플랫폼에서 개인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광고를 보고 있는 것과 상반된 모습이다.

빅테크를 향한 유럽의 공격적인 접근 방식은 다른 국가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호주 언론과 정부는 2021년부터 메타와 구글 같은 거대 기술 기업이 자사 플랫폼에 뉴스 기사 링크가 게재될 때 불공정한 이익을 얻는다며 뉴스 유료화를 요구했다. 다만, 이달 메타는 호주 언론사에 뉴스 비용을 더 이상 지불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호주 정부와의 전면전을 선포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소셜미디어(SNS) 플랫폼에서의 전자상거래 거래가 금지된 후 지난해 틱톡이 온라인 쇼핑 서비스를 중단했다. 네팔 역시 지난해 틱톡을 전면 금지했다.

한국에서도 공정거래위원회가 ‘플랫폼 공정경쟁촉진법’(플랫폼법)을 추진하고 있다. 플랫폼법은 독과점 지위에 있는 플랫폼 사업자를 지배적 사업자로 지정한 뒤 이들의 갑질 등 독과점 행위를 엄격히 규제하고 사건 처리를 신속하게 하는 사전규제 방식의 법안이다. 업계에서는 유럽의 DMA 모델에 착안한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다만, 공정위는 국내 플랫폼업계와 미국 재계 등이 반발이 이어지자 지난달 7일 법안 내용 공개를 사실상 무기한 미뤘다.

그레그 테일러 영국 옥스퍼드대 교수는 “기술 산업이 본질적으로 은행, 자동차, 의료 산업처럼 성숙해지고 있으며, 기업들은 제품과 서비스를 현지 법률과 규제에 맞게 조정하고 있다”며 “EU가 가장 먼저 시작했지만, 다른 국가에서도 비슷한 시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