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지난달 공개한 HBM3E 12단 D램 제품 이미지./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미국 마이크론이 인공지능(AI) 메모리 반도체로 각광받고 있는 5세대 HBM(HBM3E·고대역폭메모리) 시장 선점을 놓고 물밑 경쟁을 벌이고 있다. SK하이닉스가 지난해부터 4세대 HBM(HBM3)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가운데 삼성전자와 마이크론이 HBM3E 시장 주도권 확보를 위해 전사적인 연구개발(R&D)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HBM3E 제품 양산을 앞당기기 위해 100여명의 최정예 엔지니어들을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HBM3 시장에서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최대 고객사인 엔비디아가 원하는 사양과 수율을 맞추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상반기 중 HBM3E 양산에 나설 계획이며 엔비디아의 제품 인증을 통과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특히 올해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독점하고 있던 HBM 시장에 미국 마이크론까지 가세하면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최근 마이크론은 메모리 ‘빅3′ 중에서 가장 먼저 HBM3E 양산을 발표하며 삼성전자, SK하이닉스를 긴장하게 했다. 마이크론은 올해 2분기부터 출하되는 엔비디아 ‘H200′에 자사의 HBM3E가 탑재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실제 양산 제품이 엔비디아로부터 인증을 받았는지 여부는 불분명하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통상 엔비디아 등 고객사에 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샘플 뿐만 아니라 양산 제품에 대한 검증도 필수적으로 거쳐야 한다”면서 “인증 과정을 통과하지 않아도 양산이라는 단어를 쓸 수는 있어서 마이크론이 아직 인증을 통과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엔비디아의 제품 인증을 받는 과정은 쉽지 않다. 성능 뿐만 아니라 발열, 완성도, 수율 측면에서 일정 궤도에 올라야 한다. HBM은 전공정을 마친 후 실리콘관통전극(TSV) 공정까지 개별 반도체 칩으로 자르는 다이싱(Dicing)을 하지 않고 웨이퍼를 적층한 후 패키징하는 WLP(Wafer level packaging)을 진행한다. 또 여러 반도체와 함께 AI 가속기로 패키징되는 HBM 특성상 불량이 발생할 경우 후처리가 복잡해진다.

업계 관계자는 “엔비디아는 차세대 HBM 제품 개발과 관련해 주요 공급사에 D램을 12단 적층한 형태의 HBM3E를 주문해 왔고, 가장 안정적으로 공급 가능한 업체를 메인 벤더(주력 공급사)로 선정하겠다는 입장”이라며 “HBM 시장에 처음으로 진입한 마이크론은 수율 확보 측면에서 단기간 내 대량 양산에 성공할 가능성은 높지 않으며,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가 주력 공급사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