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보안이 인공지능(AI)을 만나 진화하고 있다. AI로 고도화된 지능형 폐쇄회로(CC)TV가 무인매장뿐 아니라 학교, 병원, 국방 등에서 활약하고 있다. 지능형 CCTV를 포함한 영상감시솔루션과 관제센터 등 물리보안 영역에서 AI가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 살펴본다.[편집자주]

지난달 21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SK쉴더스 사옥 내 폐쇄회로(CC)TV 통합관제센터. 한 관제요원 앞에 놓인 주모니터에 ‘BUR2(Burlgar)’라는 비상경고가 나타났다. ‘경비모드’로 설정된 충남 태안의 고객사 경비구역에서 비정상적인 움직임이 감지된 것이다. 관제요원은 즉시 주모니터 양 옆에 놓인 23인치 보조 모니터에 고객사 경비구역 도면과 CCTV 화면을 띄워 놓고 상황 파악에 들어갔다.

통합관제센터 관계자는 “CCTV 이상신호는 관제요원들에게 무작위로 분배된다”면서 “관제요원들은 다양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이상 여부를 확인하고, 빠른 대처로 대형 화재나 도난 사고를 막는다”라고 했다. SK쉴더스의 물리보안 서비스는 ‘ADT캡스’라는 이름으로 운영되고 있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 SK쉴더스 사옥 내 폐쇄회로(CC)TV 통합관제센터./김송이 기자

◇ AI가 신호처리 패턴 분석… 관제요원은 점수 확인해 우선순위 정해

SK쉴더스는 영상보안솔루션 전 과정에 인공지능(AI)을 활용 중이다. 우선, CCTV 자체에 AI 칩을 심었다. 일반 CCTV는 단순 영상 녹화기능만 장착돼 사고가 발생한 후 상황을 살펴보기 위한 용도로 활용된다. 그러나 SK쉴더스는 CCTV에 AI 칩을 심어 경비구역 배회 등 침입 전 이상신호를 포착, 관제센터를 통해 3분 만에 보안요원을 부르는 등 사고를 사전에 예방하고 있다.

CCTV가 보내는 이상신호가 관제센터에서 도달하는 과정에도 AI가 개입한다. 통합관제센터에는 전국 곳곳에 설치된 CCTV가 보내는 이상신호가 모인다. 이때 AI가 전체 이상신호의 약 40%를 자체 처리한다. 일정 기간의 신호처리 패턴을 분석한 AI는 관제요원에게 전달되는 60%의 이상신호를 중요도에 따라 점수를 매긴다. 관제요원은 이 점수를 보고 신호처리의 우선순위를 정한다.

이날 찾은 가로 28m, 세로 16m 크기의 통합관제센터에서는 총 16명의 관제요원이 근무 중이었다. 서울 송파구 장지동에도 관제센터가 있는데, 하루 평균 30명의 관제요원이 전국에서 들어오는 CCTV 이상신호를 처리한다. AI가 통합관제센터로 들어오는 신호를 한번 걸러내고, 관제요원에게 전달되는 신호의 우선순위를 수치화하기에 인력을 많이 배치하지 않아도 효과적으로 업무 수행이 가능하다고 SK쉴더스 측은 설명했다.

SK쉴더스 CCTV 통합관제센터에서 한 관제요원이 이상신호를 확인하고 있다./김송이 기자

AI CCTV는 비즈니스 용도로도 활용되고 있다. ‘캡스 뷰가드 AI’의 경우 CCTV 화면 내 사물(객체)을 기반으로 방문객 수 현황, 전일 대비 증감, 방문자 밀집 시간대 정보 등을 분석해 고객에게 리포트를 제공한다. 고객은 캡스 뷰가드 AI가 제공하는 리포트를 기반으로 영업 방식을 가져갈 수 있다. 이 솔루션은 사람·차량, 영역지정, 침입·방문, 색상 등의 기준으로 방대한 CCTV 녹화본을 검색하는 ‘AI 스마트 검색’ 기능도 지원한다.

AI CCTV를 기반으로 자영업종에서 수익성을 개선한 사례도 있다. SK쉴더스에 따르면 A 커피전문점은 ‘캡스 뷰가드 AI’의 방문자 관리 기능을 활용해 방문자가 몰리는 특정 시간 대에만 샌드위치를 집중 제조, 재고 발생으로 인한 비용을 절감했다. B 브랜드 본사는 백화점에 입점한 자사 7개 매장의 방문 데이터와 매출의 상관관계를 분석해 매장별 운영 효율을 높였다.

◇ 순찰로봇에도 AI CCTV 부착… 무인 주차장 위탁관리 솔루션 운영

SK쉴더스는 ‘보안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AI CCTV를 부착한 순찰로봇 실증사업에도 나서고 있다. SK쉴더스가 SK텔레콤, 자율주행 로봇 기업 뉴빌리티와 협력해 만든 자율주행 로봇은 지정된 구역을 계속 돌아다니며 주변 상황을 모니터링한다. 특이사항이 감지되면 관제센터에서 보안요원을 현장에 출동시킨다.

장웅준 SK쉴더스 물리보안사업부 부사장이 조선비즈와의 인터뷰에서 설명하고 있다./SK쉴더스 제공

장웅준 SK쉴더스 물리보안 사업부 부사장은 “경비구역에 CCTV가 일정 간격으로 배치돼 있지만, 나무 등 장애물로 인해 불가피하게 사각지대가 생기는 경우가 있다”면서 “그동안은 순찰 인력을 투입해 CCTV 사각지대를 해소해왔지만, 좀 더 촘촘한 경비를 원하는 고객들의 수요가 있어 순찰 인력의 보조 수단으로 로봇을 활용하고자 시험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SK쉴더스는 작년 3월 서울 도봉구 덕성여대에서 약 한 달간 순찰로봇을 시범 운영했는데, 덕성여대 교직원과 학생 219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90.2%가 만족했다. 작년 말부터는 인천 송도센트럴파크에서 시범운영을 시작했는데, 순찰로봇에 만족한 인천경제자유구역청(IFEZ)이 올해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4′에서 순찰로봇을 소개했다.

AI CCTV를 활용한 주차장 사업도 SK쉴더스의 미래 먹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SK쉴더스는 무인 주차장 위탁관리 솔루션인 ‘캡스 티맵 주차’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캡스 티맵 주차는 주차장 관리 전용 앱을 통해 실시간 주차 공간 조회, 할인, 자동 결제 현황을 확인하고 운영 효율을 높여 준다. 지난 2018년 파일럿 프로젝트로 운영을 시작한 ‘캡스 티맵 주차’는 현재 전국에 2000개 이상의 사업장에서 활용되고 있다.

장 부사장은 “유료 주차장 수요가 급격히 증가했는데, 전국적인 영업망, 관제 시스템, 출동 인프라가 완비된 SK쉴더스가 주차사업을 하면 다른 곳보다 더 안전한 사업이 가능할 거라고 생각했다”면서 “주차 사업 매출은 지난 5년 간 연평균 40% 이상 성장하는 등 빠르게 크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