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WC 2024 전시장에 설치된 6G(6세대 이동통신) 표지판./뉴스1

이르면 2028년 상용화가 예상되는 6G(6세대 이동통신) 표준화 작업을 놓고 미국을 중심으로 한 동맹국과 중국의 경쟁이 고조되고 있다. 6G 표준은 6G 구현에 필요한 기술적 요구사항, 규격 등을 총괄하는 국가 간 합의를 말한다.

지난달 29일 미국, 한국, 호주, 캐나다, 체코, 핀란드, 프랑스, 일본, 스웨덴, 영국 등 10개국 정부는 세계 최대 모바일 전시회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24′에서 ‘6G 원칙 공동선언문’을 발표했다. 6G 시스템 연구·개발을 위한 원칙을 바탕으로 10개국 정부가 서로 협력하면서 개방적이면서도 안전한 6G 네트워크 연결을 지원하겠다는 선언이다.

10개국이 선언한 6G 원칙은 안전하고 복원력 있는 기술로 ‘국가 안보 보호 능력을 촉진’하는 것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제시하고 있다. 사이버 안보에 대한 국가 간 체계적인 협력 및 접근을 통해 개인정보 보호와 높은 보안 수준을 완성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지속가능성, 상호운용성, 개방성, 보안이 담보된 국제 표준을 기반을 10개국이 6G 상용화에 함께 나서는 걸 목표로 한다.

10개국이 6G 원칙 공동선언문을 발표한 배경에는 중국의 6G 표준화 선점에 대한 견제가 있다. 중국은 올해 5G(5세대 이동통신)와 6G 사이 전환 단계인 5G 어드밴스드(Advanced·5.5G, 기존 5G 대비 10배 빠른 초당 10Gbps 다운로드가 가능한 차세대 5G 서비스) 상용화를 시작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5.5G를 넘어 6G에서도 중국의 네트워크 기술이 가장 앞선다는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중국은 지난해 초부터 6G 표준 선점을 위한 노력을 다각도로 기울이고 있다. 지난달 3일에는 중국 최대 이동통신 회사인 차이나모바일이 6G 서비스를 테스트하기 위한 세계 최초의 위성을 발사하기도 했다. 해당 위성은 차이나모바일과 중국과학원 위성혁신연구원이 공동 개발한 것으로 낮은 지연시간(latency)과 높은 데이터 전송 속도를 자랑한다.

차이나모바일의 6G 위성./차이나모바일 제공

중국은 중화권 통신 업체들과의 협력을 넘어 미국의 영향력이 약한 아프리카, 중동, 동남아 국가와의 협력도 강화하고 있다. 차이나모바일, 차이나텔레콤, 차이나유니콤 등 중국 3대 통신사는 화웨이, 아너, 메이주, ZTE 등 30여개 중국 업체들과 연합을 맺고 6G 표준 선점을 위한 협력을 지속하고 있다.

중국은 이미 5G 시장에서는 가장 앞선 기술력을 갖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중국은 2019년 11월 미국과 한국보다 6개월 늦게 5G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중국 정부의 ‘중국제조 2025′를 통해 전 세계 5G 기지국의 60%를 차지한 상태”라며 “미국의 제재로 중국 밖에서는 어려운 환경에 직면해 있지만, 5.5G로 실적을 쌓아 6G에서 더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라고 했다.

중국과 미국 동맹국 간 6G 표준화 경쟁이 계속될 경우 6G에서 미국과 중국의 표준화 분리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5G는 표준화에 앞서 상용화 경쟁이 벌어지면서 미국(한국 포함)은 3.7~4.2㎓(기가헤르츠), 27.5~28.35㎓ 주파수를 할당했고 EU(유럽연합)는 3.4~3.8㎓, 24.5~27.5㎓ 주파수를 사용하는 등 표준화가 이뤄지지 않았다. 다만 사용하는 주파수 대역대가 비슷해 빔포밍(전파를 디바이스 등 특정 위치로 집중해 효율을 높이는 방식) 기술을 통해 호환이 가능하다. 한국 통신사가 중국 통신 장비를, 중국 통신사가 유럽 통신 장비 등을 사용하는 이유다.

반면 6G는 5G 대비 주파수 호환에 따른 기술적 요구사항과 규격이 까다로워 표준을 맞추지 않으면 사실상 호환이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사토 이치로 일본 국립정보학연구소 교수는 차이나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현재로서는 미국 동맹국들이 중국을 6G 표준 경쟁에서 배제할 정도로 막강한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한 것 같다”라며 “이런 디커플링 추세가 계속된다면 중국과 미국 사이에 표준 분리가 나타날 수 있고, 이는 양측 모두에게 네트워크 확장성 제한이라는 한계로 다가올 수 있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