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지역이 국내 보안 기업들의 새로운 기회의 땅으로 떠오르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비전 2030′ 등으로 보안 관련 수요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비전 2030′은 석유 중심의 사우디 경제를 대전환하는 프로젝트다. 시장조사기관 마켓앤마켓에 따르면 중동 지역 사이버보안 시장은 연 평균 17%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래픽=이은현

◇ 고객사 확보·현지 기업 MOU 등 성과

2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보안 기업들은 중동 지역의 성장 잠재력이 크다고 판단, 현지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니언스는 올해 들어 중동 지역에서 자사 보안 솔루션 ‘NAC(네트워크 접근 제어 솔루션)’ 누적 고객 40곳을 확보했다. 전체 글로벌 고객사 중 중동 지역 비중이 38%에 달한다. 지니언스의 ‘NAC’ 중동 지역 신규 고객은 2022년만 해도 2곳에 불과했는데 지난해 17곳으로 늘어났다.

지니언스는 “지정학적 특성상 (중동 지역에서) 사이버보안이 국가 안보와 기업의 핵심 전략으로 부상하고 있다”면서 “산업 및 핵심 인프라에 대한 사이버 위협 증가로 보안 시장이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니언스는 중동 지역을 발판 삼아 아프리카, 유럽 등으로 사업을 확장한다는 구상이다.

시큐레터는 이번달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리는 ‘리프(LEAP) 2024′에 참여해 자사 솔루션을 선보일 예정이다. 시큐레터는 지난 2020년 현지 국책투자기관 RVC로부터 국내 보안기업 최초로 25억원의 투자를 받은 데 이어 지난해 10월에는 현지 IT 컨설팅·솔루션 전문기업 ‘SLNEE IT’와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이달에는 SLNEE IT와 기술협력한 제품이 사우디 현지 시장에 출시될 예정이다.

사물인터넷(IoT) 및 양자 보안 전문 기업 노르마는 지난달 19일 사우디아라비아의 킹파드석유광물대학(KFUPM)과 양자 컴퓨팅 및 양자내성암호(PQC) 기술 교류에 대한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지난해 8월 UAE의 보안기업 사이버나이트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한 파수는 자사의 문서보안 솔루션인 ‘파수 엔터프라이즈 DRM’으로 올해 100만달러 매출을 올릴 계획이다.

보안업계 관계자는 “최근 중동 시장에서 대형 스마트시티 건설 등 IT 중심의 프로젝트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어 보안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면서 “지정학적, 종교적 특수성이 있는 중동 지역에서 한국 기업 제품에 대한 거부감이 적어 공략하기에 좋은 시장”이라고 말했다.

◇ 정부, ‘원팀’으로 산업계 중동 진출 돕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달 14일 중동 등 신흥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민·관 협력 ‘시큐리티 원팀 코리아’를 구성해 운영한다고 밝혔다. 해외 네트워크와 전문가를 보유한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이 다수 기업과 협업, 신흥 시장 관련 기금·공공 조달 사업 프로젝트 수주를 주도하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KISA는 동남아·중동 지역 주요 신흥국의 유망 진출 분야를 분석해 선정하고, 수출입은행 차관과 다자간 개발은행(MDB) 기금 등 재원을 활용한 정보보호산업 과제를 적극 기획할 계획이다. 또 국내 기업들의 진출 촉진을 위해 사우디아라비아 등 해외 사이버 안보 기관과 협력을 강화하고, 50개국 68개 기관이 소속된 글로벌 사이버보안 협력네트워크(CAMP)를 통해 신흥국과의 관계 강화에도 나선다.

조영철 한국정보보호산업협회(KISIA) 회장은 지난달 22일 열린 KISIA 정기총회에서 “국내 보안 산업의 글로벌 수출을 위해선 단일 기업이 각자 전시회에 나가는 형태보다는 국가 전체의 보안 역량, 보안 체계를 함께 마케팅해야 한다”면서 “기업 간 연합을 맺고 정부가 측면에서 여러 지원을 통해 한국형 모델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K-보안이 글로벌 무대에 진출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