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비전 프로’ 헤드셋 출시를 넘어 웨어러블 사업을 확장하고자 하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웨어러블 기기는 애플이 신규 고객을 영입하고, 자신의 생태계에 고객을 더 단단히 묶어두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2024년 2월 25일 블룸버그통신)
애플이 내부적으로 수립한 웨어러블 제품 로드맵에 인공지능(AI) 기반 스마트 안경과 카메라가 장착된 에어팟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블룸버그통신의 마크 거먼 IT 담당 기자는 애플이 고심 중인 2가지 제품군을 언급하며 “애플이 선보일 구체적 제품이라기보다 애플 내부에서 탐색 단계에 있는 제품으로 이해하면 되지만, 이를 통해 회사의 향후 전략을 엿볼 수 있다”고 했다.
애플은 획기적인 제품을 선보여야 한다는 압박을 거세게 받고 있다. IT매체 더버지는 “애플은 기존 제품군이 성숙단계에 이른 만큼 웨어러블 부문을 강화할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전했다. 기존 제품군에 대한 시장 수요가 포화 상태에 이르러 판매 신장이 이전 만큼 가파르지 않은 상태에서 웨어러블 사업 강화에 나섰다는 이야기다. 애플워치와 에어팟이 포함된 사업부의 매출 비중이 10년 전에는 5% 미만이었지만, 이제는 10%를 차지할 정도로 커진 만큼 이 부분에서 성장성을 찾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웨어러블 기기는 고객을 애플 생태계에 묶어두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가 스마트반지 ‘갤럭시 링’ 실물을 지난달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24′에서 공개하며 애플도 조만간 스마트링을 선보일 것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하지만 거먼은 몇 년 전 애플의 산업 디자인팀이 애플워치의 건강 추적 기능을 손가락에 장착하는 스마트링에 대한 아이디어를 제시했지만, 지금까지 이는 하나의 아이디어일 뿐이라고 전했다. 거먼은 “애플워치 만큼의 수익을 내지는 못하겠지만, 애플이 스마트반지를 아이폰 액세서리로 판매할 수는 있을 것”이라면서도 “애플이 현재 스마트반지를 적극적으로 개발하고 있지 않은 상태”라고 했다.
그는 “최근 애플 연구진이 메타와 아마존의 스마트안경을 살펴보고 관련 기기의 개발 가능성에 대해 논의했는데 이는 애플 하드웨어 엔지니어 부서에서 ‘기술조사’라는 탐색 단계에 있다”고 전했다. 이어 “(해당 부서에서) 에어팟에 카메라를 장착하는 아이디어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메타가 선보인 스마트안경 레이밴(Ray-Ban)은 통화와 함께 동영상·사진을 찍을 수 있는 기능이 있다. 아마존이 선보인 스마트안경 에코 프레임(Echo Frames)은 음성 녹음 내용을 듣거나 삭제할 수 있으며, 카메라가 내장됐다.
애플이 검토 중인 스마트안경은 더 많은 센서와 AI 기능, 더 오래 지속되는 배터리를 갖춘 에어팟의 대용품 형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카메라와 대화가 가능한 AI 비서는 있지만, 화면이 없는 형태가 될 것이라는 이야기다. 가격은 애플이 최근 선보인 비전 프로(3500달러)보다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
애플은 또한 지난해 코드명 B798로 AI와 카메라가 장착된 에어팟 제품 개발을 검토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이 어떤 신제품을 선보일지는 시장의 관심사다. 이는 애플이 지난 20년간 사람들이 필요로 하고 원하는 것을 선보이는 데 성공한 경험 때문이다. 가령 애플 아이팟은 주머니에 음악을 넣고 다닐 수 있다는 점에서 인기를 끌었다. 마찬가지로 아이폰은 필요할 때마다 이메일과 인터넷에 접근할 수 있는 미니 컴퓨터 역할을 했다. 아이패드는 이동 중 작업을 수행하려면 더 큰 디스플레이를 갖춘 기기가 필요하다는 점에 착안했다.
포브스는 최근 “기업은 성장 잠재력이 큰 신제품을 개발해 성숙기 제품군의 매출 감소를 상쇄할 수 있어야 한다”며 “(다만 최근 출시된) 비전 프로가 애플의 성장을 견인하는 차세대 신제품이 될지는 의문”이라고 했다. 거먼은 “애플이 검토 중인 제품들이 시장에서 빛을 보지 못할 수 있지만, 회사는 부진한 실적으로 무언가를 만들어 내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다”며 “스마트반지, 안경, 초고가형 에어팟 등을 통해 기존 제품의 매출을 빼앗기지 않고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