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친구가 그러는데 당신이 정말 아름답다네요."
"오, 세상에. 정말 고마워요."
28일(현지시각) 오전 스페인 바르셀로나 '피라 그란비아'에서 열린 세계 최대 모바일 전시회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24′ 내 이앤(e&) 전시관. 방문객들이 전시관 가운데 서 있는 한 여성에게 말을 걸었다. 방문객들의 말에 능숙하게 대답하는 여성은 사람이 아닌 로봇이었다. 언어 구사 능력 뿐만 아니라 제스처와 시선 처리도 실제 사람과 흡사했다.
이 로봇은 중동 최대 통신사인 이앤이 협력사 엔지니어아츠와 개발한 '아메카'다. 아메카는 클라우드와 연결돼 최신 정보와 기능을 즉각 내려받을 수 있는 휴머노이드 로봇이다. 모듈식으로 제작돼 필요시 팔·다리·머리를 따로 분리해 조합할 수 있다. 이앤은 조만간 아메카를 안내용 로봇으로 상용화할 계획이다.
오는 29일까지 열리는 MWC 2024는 세계 3대 IT 전시회라는 위상에 걸맞는 신기술·신제품 경연의 장이었다. 투명한 노트북부터 하늘을 나는 자동차까지 미래 일상을 바꿔놓을 '파괴적 혁신'들이 관람객들을 사로잡았다.
◇ 하늘 나는 차부터 번호판 자동 조회하는 순찰차까지
미국 스타트업 알레프 에어로노틱스의 부스는 '플라잉 카(비행 자동차)'를 보러온 사람들로 북적였다. 실제 모델의 절반 크기로 제작된 플라잉 카의 최고 시속은 56㎞, 주행 가능 거리는 170㎞에 달한다. 도로 주행은 물론이고, 하늘로 수직 이륙하거나 착륙할 수도 있다. 이 제품은 지난해 7월 미국연방항공청(FAA)로부터 야외 비행 허가를 받았고, 내년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에릭슨은 AI(인공지능)가 경찰차 앞에 있는 차량의 번호판을 인식해 신원을 조회하는 기술을 공개했다. AI 카메라 앞에 특정 차량의 번호판을 가져다 대면 '도난 차량'이라는 알림이 뜨는 식이다. 에릭슨은 테이저건 제조업체 액손과 협력해 이 기술을 미국 경찰차에 적용하고 있다.
◇ '미래 PC는 이렇게 생겼다' 투명한 노트북과 3D 태블릿
이날 레노버 전시관에도 많은 인파가 몰렸다. 한 방문객이 투명한 노트북 화면 너머로 보이는 해바라기의 윤곽을 따라 그림을 그리고 있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관람객들은 놀라워했다. 이 제품은 레노버가 개발 중인 투명 디스플레이 노트북 '씽크북'이다. 1000니트(nit) 수준의 밝기를 제공하는 투명 디스플레이에는 마이크로 LED(발광다이오드)가 적용됐다. 투과율을 조절해 옆에 있는 사람이 화면을 보지 못하도록 하는 사생활 보호 기능도 갖췄다. 화면 하단 부에 있는 터치스크린은 키보드와 그림용 태블릿 모드로 자유롭게 전환할 수 있다.
중국 통신장비 회사 ZTE는 3차원(D) 태블릿PC '누비아 3D 2′를 선보였다. 이 제품은 안경 등 별도 액세서리 없이 맨 눈으로 3D 화면을 시청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상황에 따라 2D와 3D 전환도 가능하다. 내부에 적용된 AI가 3D 영상 등 콘텐츠를 제작해주는 신기술도 적용됐다. 10000mAh(밀리암페어) 수준의 고용량 배터리를 갖춰 고화질 콘텐츠를 장시간 시청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 촉감 전달 기술과 손바닥 크기 투사기 관심
일본 통신사 NTT도코모의 '필 테크(Feel Tech)' 기술도 많은 관심을 끌었다. 필 테크 기술은 XR(확장현실) 헤드셋과 손목 밴드를 통해 화면 속 물체의 생김새와 촉감을 이용자가 실제로 느낄 수 있게 해주는 기술이다. 화면 속에 있는 강아지를 산책시키는 장면에서 목줄을 잡아당기는 느낌이 이용자에게 그대로 전달되는 식이다.
인도 스타트업 '휴메인'은 뱃지 형태의 휴대용 투사기인 'AI 핀'을 협력사인 SK텔레콤과 퀄컴 부스에 전시했다. AI 핀은 사진이나 텍스트를 손바닥 등 좁은 면적에 투사하는 기능을 갗췄다. 번역 기능도 탑재돼 있다. 영어로 말한 뒤 AI 핀에게 번역을 부탁하면 즉시 같은 문장을 한국어 음성으로 바꿔준다. 지난 27일(현지시각) 휴메인은 AI 핀의 한국 출시를 위해 SK텔레콤과 계약을 맺었다. SK텔레콤의 AI 비서인 '에이닷'과 AI 핀이 연동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올해 MWC에는 약 9만5000명이 방문한 것으로 추산된다. 이번 MWC는 모바일기기 뿐만 아니라 XR(확장현실) 장비, 로봇, 전기차 등 다양한 제품이 대거 등장하면서 미래 통신 시장의 확장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