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가 이번주 한국을 방문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최근 국내 고대역폭메모리(HBM), 컴퓨트익스프레스링크(CXL) 관련 부품 기업과 잇단 파트너십을 맺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공지능(AI) 반도체가 올해 반도체 시장의 화두로 떠오른 상황에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뿐 아니라 소부장 기업들과의 협력 관계가 강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메타는 최근 AI 메모리 반도체로 각광 받고 있는 HBM 재활용 공정(리사이클링·Recycling) 관련 기술과 관련해 국내 반도체 검사장비 기업인 큐알티(QRT)와 협력 관계를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HBM 리사이클링이란 복잡한 제조공정상 수율이 낮고, 불량품이 다수 발생하는 HBM 부품을 재사용할 수 있게 하는 기술이다. 높은 비용이 드는 HBM 등 AI 반도체 투자 비용을 줄일 수 있는 핵심 기술이다.

큐알티는 반도체 및 전자부품의 품질과 신뢰도를 평가하는 신뢰성 평가 및 종합분석 기업이다. SK하이닉스 자회사이던 SK하이이엔지 큐알티사업부를 모태로 지난 2014년 독립 출범했다. SK하이닉스 때부터 이어온 업력은 40년에 육박할 정도로 깊다.

미국 빅테크 기업이 국내 HBM 관련 기업과 파트너십을 모색하는 건 연내 자체 AI 칩을 개발한다는 계획과 함께 직접 AI 인프라를 구축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엔비디아에 의존하는 설비투자가 비용 측면에서 부담이 클 뿐 아니라, 공급 능력도 제한돼 있어 시의적절하게 시장 수요에 맞춰 빠르게 인프라를 구축하기엔 어려움이 있다.

IT업계 관계자는 “메타는 엔비디아 기반 그래픽처리장치(GPU) 뿐만 아니라 자체 AI 반도체를 직접 설계해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며 “컴퓨팅 성능을 끌어올리고 전력 소모를 최적화할 수 있는 HBM을 시스템에 최적화하기 위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을 비롯한 관련 소부장 기업들과 협력 관계를 이어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용 컨트롤러 전문 업체에서 컴퓨트익스프레스링크(CXL) 등 차세대 인터페이스 분야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는 파두, 창업 17개월 만에 기업가치가 1000억원을 돌파한 CXL 설계자산(IP) 기업인 파네시아도 올해 들어 미국 주요 빅테크와 접점을 늘려나가고 있다.

파두의 경우 기존 사업 영역인 SSD 컨트롤러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CXL 원천 기술을 확보하며 주요 IT 기업과 협력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CXL은 메모리 확장장치, 가속기, 프로세서, 스위치 등 다양한 시스템 장치를 연결하는 인터페이스 기술이다. 메모리 용량 확장과 데이터 처리 효율성을 높여, 서버 및 데이터센터 운영 비용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메모리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이러한 장점 때문에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 하이퍼스케일러 기업들은 CXL 관련 솔루션에 선제적 투자에 나서고 있다.

파네시아 역시 메타를 비롯해 ARM, HPE(휴렛팩커드엔터프라이즈) 등과 협업을 논의하고 있다. 정명수 파네시아 대표는 “AI 시장이 발전할수록 필요한 데이터 처리량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수밖에 없다”며 “이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연산 병목 현상을 해소하면서 연산 효율까지 제고할 수 있는 CXL에 대한 수요도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